연매출 100억 원 중고폰 CEO가 말하는 중고폰 제일 비싸게 파는 방법[신무경의 Let IT Go]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일 0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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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갤럭시S 출시 이후 중고폰 시장 열려
홍콩에서 중국 선전, 선전서 전 세계로 퍼져
개인 거래 유리…제조사 보상 정책 활용도 팁
새 폰 출시 한 달 전 매물 내놓는 것도 방법

아이폰6부터 G6, 이제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중저가폰까지… 서랍을 열자 스마트폰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건 새로 샀었고, 어떤 건 중고로 샀던 폰들이다. 팔거나 기증하자니 정보유출이 불안하고, 지인을 주자니 헌 폰이 되어버렸고, 보관하자니 다시 쓸 일은 없을 것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2, 3년을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다.

이런 사람이 어디 기자뿐일까. 방치된 폰들을 믿고 팔아도 될지 물어보고자 중고폰 사업자를 만나보기로 했다. 수소문해 중고폰 사업으로 연매출 100억 원을 내고 있다는 ACL의 배황근 대표(40·사진)를 만났다. 배 대표는 중고폰 사업으로 한국무역협회로부터 2017~2019년 수출의 탑(100만 달러, 500만 달러, 700만 달러)을 수상해오기도 했다.

ACL은 최근 전 국민이 가입해있다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와 손잡고 중고폰 가맹 사업을 시작했다. 혹시 인근 오프라인 상점에 그간 못 보던 중고나라 로고(사진)를 단 가게들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중고나라 중고폰 가맹업체다.

―중고폰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어요. 2010년 삼성전자 갤럭시S가 출시되고 이듬해부터 중고폰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중고폰이 하나의 산업으로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기존 폴더폰들도 중고로 거래됐었지만 규모가 작았죠.

당시 지인이 중고폰 사업을 했는데 재고를 관리할 수 있는 창고관리시스템(WMS)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 부탁했습니다. 지인의 회사가 크진 않았는데도 하루에 중고폰 매입만 500여 대씩 나왔습니다. 수익을 보니 유망한 사업이구나 생각했죠. 그렇게 중고폰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그러했죠.

―중고폰 사업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받았나요.

중고폰은 해외 수출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완벽하게 양성화된 시장이라 말하기는 어렵죠. 그렇다고 100% 음성도 아닙니다. 그레이 마켓(일반 시장과 암시장의 중간)이죠. 특히 동남아 수출길이 막혔는데요. 국내에서 중고폰을 매입해 해외에 판매하는 따이공(보따리상)이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이들이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되면서 매출이 줄었습니다.

―중고폰 시장을 그레이 마켓이라 부르는 이유는 뭔가요.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안 파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도 보안이 우려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중고폰을 판매하면 내 정보가 전 세계에 퍼져나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장 조사를 해보면 중고폰을 판매하지 않는 이유 첫 번째가 개인정보 유출 우려입니다. 중고폰 하면 분실폰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고요. 이런 이미지 탓에 중고폰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사실 저희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우려에 대해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중고폰 판매업체들은 고객이 물건을 팔러오면 우선 분실조회를 한다는 사실입니다. 도난폰, 분실폰인지 확인하는 거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사단법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서 단말기 고유번호(IMEI)를 조회하면 확인할 수 있거든요. 도난폰을 사들여 판매하면 불법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할 사람은 몇 없다는 것이죠.

분실폰이 아님이 확인되면 바로 데이터를 삭제합니다. 저희는 데이터 삭제를 위해 폰체크라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성에서도 인증한 제품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기존 데이터의 복구가 불가능합니다.

―중고폰은 어떻게 수급하고 계신가요.


많은 이들이 새 폰을 구매할 때 기존 폰의 중고 가격을 보장받는 보상 프로그램에 가입합니다. 본인은 크게 인지하지 못하지만 통신사와 보험사에 이렇게 중고폰을 판매하고 있는 거죠. 보다 직접적으로는 오프라인 통신사 대리점, 판매점이나 중고폰 취급 매장을 찾아 판매를 합니다. 그런 곳도 아니면 중고나라나 번개장터, 당근마켓 같은 곳에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저희는 통신사나 보험사가 주기적으로 중고폰을 매각 공고를 낼 때 입찰해서 사들입니다. 또 저희 가맹점들에서 확보하기도 하고요.

―개인 입장에서 중고폰을 제값에 잘 팔 수 있는 팁이 있나요.


저희한테는 안 좋지만…(웃음) 사실 개인 대 개인 거래를 하는 게 제일 비싸게 팔 수 있는 방법입니다.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번개장터 같은 곳에서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죠.

또 다른 팁이 있다면 제조사들이 고객 대상 특별보상판매를 할 때 파는 것을 노리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언제 팔아야 가장 가격을 잘 받는 건가요.

새 폰이 나오기 바로 직전에 판매하는 게 가장 유리합니다. 새 폰이 나오기 한 달 전에 통상 가격이 가장 높습니다.

―집에 안 쓰는 폰이 많습니다. 온라인으로 시세를 검색해보면 가치가 없어서 판매도 안 될 거 같더라고요. 혹시 중고폰 업체들은 그런 폰들은 무게를 달아 사들이나요.


무게를 달진 않고요, 중고폰이라는 것은 그래도 최소 1000원 정도의 가치는 있습니다. 중고폰 안에 금, 은, 동처럼 이러저러한 금속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도시 광산이라고도 하죠. 실제 녹여서 추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장 큰 해외 판매처는 어딘가요.


홍콩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홍콩편 비행기가 매일 있었죠. 지금은 사흘에 한 번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매출에 영향을 받았죠.

최근에는 국내 시장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2011년도에 사업을 시작할 때는 100% 수출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내수 물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내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소비자들이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새 스마트폰 판매가 줄면서 중고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소비자 위축되다보니 중고폰을 찾는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고요.

―해외 시장을 어떻게 개척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중국 선전(深圳)에 있는 바이어들이 대거 한국에 넘어오면서 해외 판로가 개척됐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수출이 중국 의존도가 100%였죠. 시간이 지나면서 파키스탄, 몽골 등지에 있는 무역상들이 한국에 와서 폰을 사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저희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해외 바이어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그나저나 홍콩으로 수출된다는 건 좀 의외네요.

중고폰 중 소수의 최상품은 국내에서 유통돼요. 유리가 깨졌거나 보드가 고장 난 제품 절반 이상은 홍콩으로 넘어가죠. 홍콩으로 간 중고폰들은 곧장 중국 선전으로 넘어갑니다. 선전은 중국 최대 전자상가로 불리죠. 이곳에서 중고폰들이 환골탈태하게 됩니다. 유리부터 보드까지 교체하며 리퍼블리시드 폰(리퍼폰)이 됩니다. 대개 정품 부품이 아니라 모조품 부품을 이용해 폰을 새것처럼 만들어내죠. 이런 리퍼폰들은 다시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한국에서 리퍼블리시드 작업을 하면 되는데 왜 안하나요.

제조사로부터 정품 자재를 공급 받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제도적으로 중고폰을 수리하는 업이 정의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사업자들이 우리 주변에서 조그맣게 운영을 하는 정도지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명 브랜드를 단 스마트폰들이 중국으로 넘어가 불량 자재들로 교체된 뒤 문제없는 리퍼폰처럼 팔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유통되면 액정이 뜨거나 기능이 불량이거나 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죠.

다만 대기업 브랜드가 달린 중고폰을 산 해외 구매자들은 이런 상황까지는 모를 터이니…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어 안타깝습니다.

―중국으로 바로 안 가고 홍콩을 거치는 이유가 있나요.


중고폰은 중고 TV처럼 산업 폐기물에 속해요. 바젤협약(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협약)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수입 금지인 품목이죠. 그런데 수입이 되는 몇몇 나라가 있습니다.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등입니다.

―중고폰이 많이 나오는 시장은 한국뿐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고요 그 다음은 일본입니다. 우리나라는 세 번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은 휴대폰이 고장 나면 고쳐 쓰고, 또 고쳐 쓰고, 다시는 고쳐 쓰지 못할 정도로 반복해서 사용합니다. 어느 정도 경제 수준으로 올라와야 중고폰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중고나라와는 어떤 연유로 사업을 같이 하게 됐나요.

중고폰 가맹 사업이 아예 없던 비즈니스는 아닙니다. 다만 현재까지 전 국민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업자는 없는 상황이죠.

중고폰 사업을 더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중고나라와 함께하면 빠르게 비즈니스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고나라는 대한민국 누구나 아는 브랜드니까요. 그래서 중고나라에 먼저 사업을 함께하자고 제안을 했던 겁니다. 실제 중고나라 덕분에 가맹점도 단시간 확보할 수 있었고요. 현재 가맹점 수는 60여 개입니다. 연내 100개 까지 유치할 계획입니다.

사업의 주체는 중고나라입니다. 중소 중고폰 사업자들과의 계약 주체도 중고나라입니다. 다만 ACL은 중고폰 전문가다보니 운영을 대신 해주고 있습니다.

(중고나라는 8월 말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중고폰 거래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중고폰 사업자들이 많은데 차별화할 수 있는 특화 기술이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 WMS를 자체 개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는 중고폰 업체는 그리 많지 않지요. 아울러 웹 기반의 입찰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바이어든 저희 입찰 시스템에 들어와서 경쟁해 구매할 수 있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는 스마트폰 액정의 미세 흠집을 잡아주는 폴리싱 장비를 직접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올해 매출 전망과 내년 목표는.

기존 중고폰 거래 시장의 불편한 점은 물건을 먼저 택배로 보내야한다는 점이었습니다. 10만 원을 받을 수 있을 줄 알고 보냈는데 취급처에서 5만 원짜리 가치밖에 없다고 했을 때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이런 불편을 해소하고자 집 앞 중고폰 매장에서 견적을 확인하고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중고나라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코로나19로 중고폰 수출이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며 내년에는 매출 300억 원을 목표로 잡고 사업에 임할 생각입니다. 중고폰 유통 전문회사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가계통신비 절감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신무경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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