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허창수 회장 용퇴…신임 회장에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일 1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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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GS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71)이 3일 사의를 표명했다. 허 회장의 막내 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62)이 신임 회장으로 추대됐다. 이날 GS그룹의 지주사인 ㈜GS와 GS 각 계열사는 이날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그룹 인사를 단행했다.

GS그룹의 총수가 바뀌는 것은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 이후 처음이다. 계열 분리 15년 만에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GS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시대에 그룹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보다 젊은 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허 회장이 결단을 내렸고, 주요 주주 회의를 허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GS그룹은 고 허만정 회장의 3세들이 공동 경영하는 체제다. 그룹의 총수는 이들의 대표하는 리더인 셈이다.

허 회장 뿐 아니라 허명수 GS건설 부회장(64)과 ㈜GS 대표이사인 정택근 부회장(66)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대신 허씨 일가의 젊은 얼굴이 승진 대열에 올랐다. 허 회장의 사촌인 허연수 GS리테일(58)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허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은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해 신사업 부문을 총괄한다.

● GS 새 리더 체제 구축

허태수 GS그룹 신임 회장 © News1
허태수 GS그룹 신임 회장 © News1

허태수 신임회장은 GS홈쇼핑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적극적으로 신사업에 나선 혁신적인리더로 꼽혀 왔다. 조지워싱턴대 MBA와 미국 컨티넨탈은행, LG투자증권 런던 법인장, 국제금융사업부장 등 해외 근무를 거치며 일찌감치 글로벌 감각을 쌓았다.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에 부임한 이후 내수산업에 머물던 홈쇼핑의 해외 진출과 모바일쇼핑 사업 확장 등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홈쇼핑 업계에서 최초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사를 설립하며 유망 스타트업 투자와 더불어 신기술 발굴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홈쇼핑 대표이사 취임 직전이던 2006년 연간 취급액 1조8946억원, 당기순익 512억원에 불과하던 실적이 지난 2018년에는 취급액 4조2480억원, 당기순익 1206억원을 기록했다.

신임 회장을 선임을 시작으로 GS그룹의 주요 계열사 경영진도 대거 세대교체에 나선다. 부회장 승진 2명, 대표이사 신규선임 1명, 사장 승진 5명, 부사장 승진 2명, 전무 승진 10명 등 총 45명에 대한 2020년도 임원인사를 내정해 이날 발표했다. 이에 따라 GS사장단의 평균연령도 57세로 3세 낮아진다.

GS리테일 허 사장과 GS건설 임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GS의 CFO를 맡고 있는 홍순기 사장(60)이 ㈜GS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아울러 GS글로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태형 부사장(61)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GS홈쇼핑 영업총괄을 담당하던 김호성 부사장(58)이 사장으로 승진해 GS홈쇼핑 대표이사를 맡을 예정이며, GS파워 대표이사 조효제 부사장(57)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GS 경영지원팀장인 김석환 부사장(57)이 사장으로 승진해 ㈜GS의 CFO를 겸하게 된다. 허 회장의 장남 허윤홍 부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향후 4세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아름다운 이별에서 아름다운 승계로

허 회장은 2004년 출범 당시 매출액 23조원, 자산 18조원, 계열사 15개 규모의 GS그룹을 2018년말 기준, 매출액 68조원, 자산 63조원, 계열사 64개 규모로 약 3배 이상으로 성장시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허 회장은 이날 “지난 15년간 ‘밸류 No.1 GS’를 일궈내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안정적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며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여 GS가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솟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적 신기술의 발전이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고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우리도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지금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로 판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허 회장은 GS건설 회장으로서 건설 경영에만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GS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놓음으로써 신임 회장이 독자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다만 GS 명예회장으로서 그룹 전반에 대해 조언해 나갈 예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도 임기인 2021년 3월까지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허 회장의 용퇴는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긴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또 LG를 함께 경영하던 시절의 ‘70세 룰(70대에 총수직에서 물러난다)’을 이어가며 아름다운 승계 선례를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4년 동업관계이던 LG그룹과 잡음 없는 ‘아름다운 이별’에 이어 15년 만에 순조로운 승계로 이어진 셈이다. 허 회장이 용퇴함에 따라 10대 그룹 총수 중 70대 이상 총수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81)과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76)만 남게 됐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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