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범죄자 아이 곁에 그대로…‘형 확정’ 기다리며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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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3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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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전력자 21명…일제점검 때마다 무더기 적발

14개월 영아를 학대하는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모씨(58세)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News1
14개월 영아를 학대하는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모씨(58세)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아동학대 범죄자들이 사법당국에 적발된 뒤에도 버젓이를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져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법적으로 근무를 못하게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더 문제인 것은 형이 확정된 뒤에도 당국이 일제 점검에서 찾아내지 않는 한 계속 근무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일제점검을 할 때마다 아동학대범죄자들이 무더기로 발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5개 유관부처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동 관련기관(총 34만649개)의 운영·취업자 205만8655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관련범죄 전력을 일제 점검한 결과, 21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21명 중 운영자는 6명, 취업자인 경우는 15명이었다. 시설유형별로는 Δ교육시설 8명(운영자 2, 취업자 6) Δ보육시설 4명(운영자 2, 취업자 2) Δ의료시설 3명(취업자 3) Δ기타시설 6명(운영자 2, 취업자 4)에서 아동학대 관련범죄 전력이 확인됐다.

이들이 운영하는 시설은 폐쇄됐거나 폐쇄가 진행 중이며 취업자들도 모두 해임된 상태다. 이들이 범죄 전력을 지니고도 관련 업계에 종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형이 확정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약 1년4개월 전에도 비슷한 발표를 했다. 지난 2017년 말 복지부는 아동관련 기관의 운영·종사자 195만1622명을 점검해 아동학대 범죄 전력자 30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해당 30명은 학원과 유치원, 초·중·고교, 체육시설 등에 근무하다 적발됐다. 아동복지법 29조에 따라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형을 받은 사람이 10년간 아동 관련기관 운영이나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에서 근무 중 1년만에 형이 확정된 사람이 21명에 달한다는 뜻이 된다.

범죄를 저지르고 형이 확정된 사람이 어린이집 등에 새로이 종사하기는 법적으로 사실상 어렵지만 종사 중 저지른 범죄를 놓고 재판에서 그 혐의를 다툴 경우, 아무런 불이익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사람은 모두 형이 확정된 사람”이라며 “형이 확정이 돼야만 행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며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각종 어린이집 커뮤니티나 맘카페 등에서도 행정기관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지역 한 맘카페에서는 지난해 게시창에서 “영유아 폭행에 연루된 어린이집이 꾸준히 영업을 지속하는 것을 봤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영업을 하며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자격을 일단 정지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계부처도 개선책을 고민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행정 조치를 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관계부처와 개선책을 고민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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