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디딤돌’ 내내 잡일만… 취업 디딤돌 꿈도 못꿔요”

특별취재팀 입력 2018-03-30 03:00수정 2018-05-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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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확성기]<1> 일자리 할 말 있습니다
허점투성이 취업 대책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글쎄….”

올해 가천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김명정 씨(24·여)가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에 참여하면서 받은 느낌이다. 정부는 지역별 고용센터 상담원들이 1단계 진로 탐색, 2단계 훈련, 3단계 취업 알선의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한다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고용센터는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김 씨에게 “서비스가 모두 끝났다”고 통보했다. 김 씨는 무료 직업훈련이나 구직수당 혜택도 받지 못했다. 취성패의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고용센터에서 단계별 활용법을 안내해야 했지만 누구도 김 씨에게 이런 당연한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

정부는 청년들이 구직에 이르는 징검다리를 놓겠다고 공언하지만 청년들은 껍데기뿐인 정책에 허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일자리TF가 이들의 목소리를 확성기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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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도 못 건널 부실 징검다리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박정민 씨(가명·24·여)는 지난해 정보기술(IT) 기획 업무를 배우려고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이 알선한 중소기업에 인턴으로 취직할 때만 해도 그는 IT 기획 전문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박 씨가 인턴 기간 한 일이라곤 대표이사 강의자료 제작, 회의장 음료수 세팅 정도였다. 인턴에게 시켜선 안 되는 야근도 이 중소기업에선 당연시됐다. 그는 정부가 금전적 지원으로 끝내지 말고 업무를 배울 기회가 제대로 보장되는지, 야근수당은 제대로 주는지를 더 신경 쓰고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박 씨는 인턴 후 정규직 전환 제의를 거절하고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돌아와 다시 취업박람회를 다니고 있다.

편종식 씨(28)는 대기업에서 퇴사한 뒤 지난해 7월부터 경기도가 주는 월 50만 원의 청년수당을 받았다. 당초 취성패를 이용할 계획이었지만 수당 지원 완료 시점부터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취성패 프로그램에 신청할 수 있다는 제한에 걸렸다. 최근 금융권에 입사한 편 씨는 “기간 제한을 두는 이유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취업 프로그램 곳곳에 관료주의

서울의 사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 씨(25)는 학교 내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스스로 생활비를 번다.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 준비를 하고 싶지만 국가근로장학생인 이 씨는 자격이 안 된다. 이 씨가 받는 월급 32만 원 중 70%를 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만큼 다른 프로그램을 중복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씨는 “장학금을 받는다고 면접 준비, 자기소개서 코칭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한다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료들이 획일적 잣대로 프로그램을 짜다 보니 취업지원제도가 취준생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수당 지급에 그친 셈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유진(가명·25·여) 씨도 회사 측의 무관심으로 피해를 봤다. 정부는 중소기업 입사 청년에게 목돈을 마련토록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 제도는 입사 후 1개월 내에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가 “내용을 알아봐야 한다”면서 미적거리다 신청 기간이 지나버린 것이다.

정부는 청년들이 각종 고용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도록 대학 내 일자리센터 설립에 돈을 댔지만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이주영 씨(21·청년드림센터 인턴)는 성신여대 내 일자리센터에서 메이크업 특강 및 컨설턴트와 상담 등을 받았지만 만족할 만한 프로그램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청년들이 정말 원하는 서비스가 뭔지 조사한 뒤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상담자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청년들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제도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홍수용 차장 legman@donga.com
△경제부=박재명 이건혁 김준일 최혜령 기자
△정책사회부=김윤종 유성열 김수연 기자
△산업1부=신무경 기자
△사회부=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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