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담이 입은 트레이닝복 어디꺼지? 대형마트는 ‘패션 전쟁 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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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 케이블TV에서 시작한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들’에서 여주인공 은하원(박소담)은 톡톡 튀는 트레이닝복 패션을 선보였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박소담’을 치면 ‘박소담 트레이닝복’이 관련검색어로 뜰 만큼 화제다. 그런데 이 옷은 유명 패션 브랜드 제품이 아니다. 이 의상을 만든 곳은 바로 대형마트다.

최근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잇달아 자체 의류브랜드를 리뉴얼하고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하거나 드라마에 의상을 협찬하는 등 고급 의류 브랜드 못지않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식품에서 시작된 대형마트 간 자체브랜드(PL) 전쟁이 패션으로 전선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포문을 먼저 연 곳은 롯데마트다. 30일 롯데마트는 ‘신데렐라…’에 자체 패션브랜드 ‘테’의 의류 협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협찬 의상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상황에 맞춰 롯데마트가 새롭게 직접 디자인, 생산했다. 이번 주 방송분(9월 2, 3일)에는 롯데마트 서울역점 ‘테’ 매장이 드라마에 등장하기도 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류 브랜드가 드라마 협찬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테’는 롯데마트가 올해 3월 기존 자체 의류브랜드를 리뉴얼해 론칭했다. 판매 6~12개월전에 미리 제품을 발주하던 시스템을 바꿔 2~4주 전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생산한다. 스타 디자이너 고태용, 한상혁 씨와 협업한데 이어 이번 가을에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서리얼 벗 나이스’와의 협업도 준비 중이다.

리뉴얼 뒤 실적은 급상승했다. 3월 매출신장률은 작년 동월대비 220.5%, 4월에는 314.2%였다. 리뉴얼 5개월째인 7월에도 92.6%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안태용 롯데마트 MD(머천다이저)는 “다른 드라마, 영화 협찬은 물론 대형 연예기획사와의 협업도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 해당 제품을 해외 매장에까지 입점 시켜 중국,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에서 테의 인지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간 매출 규모 약 5000억 원으로 국내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2위인 이마트의 ‘데이즈’도 올해 8월 초에 디자인을 강화한 패션브랜드로 리뉴얼을 진행했다.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배우 윤시윤, 모델 비비안 등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 패션잡지 등에 광고를 집행했다. 9월 9일 스타필드 하남 오픈에 맞춰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 브랜드인 ‘라르디니’와 협업한 남성 정장 라인과 디자이너 홍승완 씨와 협업한 여성복 라인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유니클로를 넘어서야 한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합쳐 30만 원 이내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통업체에서는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 의류나 자체 패션브랜드의 제품이 히트상품으로 뜨는 일이 보편화돼 있다”며 “최근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가 화제성과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패션을 또 다른 차별화 품목으로 보고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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