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하드웨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춰 놓았지만 이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에서는 거의 세계 꼴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 자동차를 갖고 있지만 타고 다니지 않는 꼴이다.
동아일보가 28일 입수한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센츄어와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디지털 이코노믹 밸류 평가’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가 차지하는 비중이 조사 대상 12개국 중 중국 다음으로 낮은 수준인 11위에 그쳤다. 디지털 경제는 디지털 관련 인력과 기술, 장비 등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규모를 의미한다.
이 지표는 지난해 각국 정부 및 유관 기관 공시 자료와 주요 기업 임원 설문조사를 통해 마련됐다. 한국의 GDP 대비 디지털 경제 규모는 16.9%로 이탈리아(18.1%)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이 한국의 2배 가까운 규모인 33.1%로 1위를 차지했고, 영국 호주 프랑스 독일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통신 속도나 인터넷·스마트폰 보급률 등 전통적인 디지털 관련 지표에서 선두를 달려왔다. 28일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공개한 ‘모바일 연결 지수’에서도 한국의 네트워크 수준과 다운로드 속도 등 모바일 인프라 부문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조사한 ‘정보통신기술 발전지수’에서도 조사 대상 167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디지털 자료를 활용해 정부 정책을 만들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활용에서는 부끄러운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새로운 디지털 기반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빅데이터 분석과 원격 근무 등 경제 제반 환경을 정비 및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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