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들 반갑지 않은 ‘파나마 운하 확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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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임 떨어져 수익성 악화”… 한진해운-현대상선 고민

9년에 걸친 확장공사 끝에 문을 연 파나마 운하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대형 선박을 투입했다. 하지만 파나마 운하 확장이 해운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두 회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26일(현지 시간) 확장 개통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에 1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급 컨테이너선 5척을 투입했다. 그동안 현대상선은 이 노선에서 4600TEU급 선박 6척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이 노선에 대형 선박이 투입되고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에 비해 미국 동부지역까지 걸리는 시간이 열흘 정도 대폭 단축돼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해운도 이달 초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노선에 6500∼7500TEU급 선박 10척을 투입했다. 기존에는 4000TEU급으로 10척을 운영해 왔지만 선박 덩치를 키운 셈이다. 기존 파나마 운하는 4400TEU급 이하 선박만 통과할 수 있었지만 그 옆에 새로 개통한 운하는 1만3000TEU급까지 통과할 수 있도록 넓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미주노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 세계 해운사들이 파나마 운하 노선에 대형 선박을 투입하면서 결국 수익성은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일본 MOL도 최근 이 노선에 기존 4600TEU급 컨테이너선 5척 대신 1만 TEU급 5척을 새로 투입했다.

한국 해운업계 대표로 파나마 운하 개통식에 참가한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개통 하루 전 호세 바라캇 파나마 해사청장과 함께 진행한 정책간담회에서 “파나마 운하에 대형 선박이 투입되면서 미주 항로에 선복량(화물적재공간) 공급이 늘어 운임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 항로에 있던 선박들이 다른 항로로 옮겨가면서 운임 하락이 다른 항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주노선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주력 노선이어서 국내 해운사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사실상 운임 하락은 피하기 힘들기 때문에 해운사들이 고가의 용선료를 낮추고 연료비를 절감하는 노력을 해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파나마운하#해운사#한진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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