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따라하기 그만… 학생다운 교복이 뜨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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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교복 허용 30년… 디자인 변화 살펴보니

올해는 중·고교생의 교복 착용이 다시 허용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전두환 정부 때였던 1983년 문교부(현 교육부)는 교복이 일제의 잔재이며, 청소년의 개성 신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교복 자율화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가계 부담 및 탈선 행위 증가 등의 지적이 나오자 3년 반이 지난 1986년 2학기부터 학교장 재량에 따라 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30년간 교복은 대중문화, 학생들의 취향이 반영돼 여러 차례 디자인의 변화를 겪었다.

28일 학생복 업계에 따르면 국내 교복 시장은 연간 4000억 원 규모로 매년 120만 명 정도의 중·고교생이 교복을 새로 구입한다. 교복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왔으나 학생수가 줄면서 2010년 이후 4000억 원대 규모를 유지하며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

1991년에는 대형 의류업체가 처음 교복 브랜드인 ‘스마트학생복’을 내놓았다. 이어 1996년 ‘엘리트학생복’과 ‘아이비클럽’이 생겨났다. 2005년 타이트한 디자인을 앞세운 ‘스쿨룩스’가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국내 교복업계는 4개 업체가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 교복업체들이 생겨난 지난 25년간 교복은 일반 패션 브랜드 제품만큼이나 대중문화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화해 왔다. 이영은 스마트에프앤디(스마트학생복) 디자인연구소장은 “19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부터 아이돌 그룹에 이르기까지 성인 기성복의 유행이 교복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힙합 스타일’이 강세를 보였다. 남학생의 경우 정상 사이즈보다 2, 3인치 정도 큰 바지를 사서 엉덩이에 걸쳐 입었다. 여학생들은 남학생 체구에 맞을 정도로 큰 재킷 사이즈를 택해 크게 입는 게 유행이었다. 치마는 무릎 아래 20cm가량 내려오도록 길고 넉넉했다.

1996년 아이비클럽과 엘리트학생복 브랜드가 새로 생기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는 연예인 패션을 따라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소지섭, 송승헌 등 남자 배우들이 기성 남성복 모델을 맡으면서 힙합 스타일 일색이었던 교복 시장에도 허리라인이 들어간 디자인이 속속 등장했다. 이미선 엘리트학생복 디자인팀장은 “2000년대 들어 재킷의 어깨가 점점 좁아지고, 허벅지까지 내려왔던 재킷 길이는 1년에 5cm가량씩 짧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5년 후발 브랜드 스쿨룩스가 나오면서 걸그룹 무대의상처럼 타이트한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들이 쏟아졌다. 교복 광고에 ‘다리가 길어 보이는 학생복’ ‘3 대 7’(상·하체 비율) 등의 문구가 들어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2010년 전후로는 ‘하의 실종’ 패션과 스키니진이 유행하면서 남학생 바지통은 좁아지고, 무릎 위 20cm까지 올라간 여학생 치마는 ‘H라인’을 넘어 ‘V라인’ 형태로까지 변화했다.

하지만 2015년 개별 구매 방식에서 학교가 나서 공동 구매를 하는 학교주관구매제도로 교복 구매 형태가 바뀌면서 최근에는 학생보다 교사와 학부모 눈높이에 맞춘 학생다운 디자인을 강조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치마와 바지통을 몸에 심하게 붙지 않도록 종전보다 넓히고, 허리 사이즈를 최대 5cm까지 조절할 수 있는 치마가 나오는 등 실용성을 부쩍 강조하는 추세다.

스마트에프앤디의 이영은 소장은 “학생들 요구를 반영해 여전히 날씬해 보이는 디자인이 강세를 이루고 있지만, 이제는 교복 구매에 학교의 의사가 크게 반영되기 때문에 최근에는 학생다운 수수한 디자인으로 선회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학생#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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