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꾼’들과 작당해 주가 조작한 기관투자가 뿌리 뽑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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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그제 KDB대우증권과 KB투자증권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일부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이 주가 조작꾼들과 결탁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알선하고 뒷돈을 받은 혐의다. 8월과 9월 금융브로커와 손잡고 주가 조작을 일삼은 골드만삭스, 맥쿼리투신운용, 다이와증권 등 외국계 금융사 수사에 이어 국내 기관투자가들로까지 주식시장 교란행위 수사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종전의 주가 조작 사건은 대체로 주가 ‘작전세력’이 증시에 허위 정보를 퍼뜨려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운 뒤 주가가 급등하면 팔아치워 차익을 챙기는 단순 구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번 사건처럼 증권사 임직원들이 ‘꾼’들과 손잡고 자신의 고객인 자산운용사들의 자금을 이용해 블록딜로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우는 것으로 지능화하는 추세다. 구속된 김모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현 골드만삭스투자자문) 상무는 2011년 주가 조작 세력과 짜고 이들이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사들일 금융사 펀드매니저를 알선해 수억 원의 금품을 챙겼다. 8월만 해도 골드만삭스 측은 “직원 개인의 비리”라고 변명했지만 여의도 증권가에 이 같은 주가 조작꾼-국내외 증권사-자산운용사 삼각공조 방식의 검은 유착이 만연해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증권사 펀드매니저라면 연봉도 많이 받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개미’ 일반투자자들은 호재로 인식하고 추격 매수한다. 기관투자가가 선량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이중의 피해를 주었으니 직업윤리는 물론이고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고 할 수밖에 없다.

올해 6월 15일부터 국내 주식시장의 하루 가격제한폭이 상하 15%에서 30%로 확대됐다. 주가 조작 세력이 활개 치면 선량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위험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금융사 임직원들까지 개입된 주가 조작 범죄의 ‘진화’에 맞서려면 금융감독 당국도 검사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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