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中 안팡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전격승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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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10일 정례회의를 열어 중국 안팡(安邦)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전격 승인했다. 이로써 안팡보험은 중국 금융당국의 인가만 받으면 올 하반기부터 국내 생명보험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중국 본토 금융회사가 국내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는 이날 참고자료를 내고 그동안 쟁점이 돼 온 ‘상호주의 원칙’을 이번 승인 과정에 적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중국이 외국 보험사의 자국 보험사 인수를 불허하는 마당에 한국이 중국 보험사의 국내 진출을 용인하는 것은 이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국내 보험업법 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조약 어디를 봐도 상호주의를 이유로 승인을 안 해줄 근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안팡보험은 올 2월 동양생명의 대주주였던 보고펀드와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4월 한국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온 금융당국은 최근 “안팡보험이 최근 3년 동안 중국 금융·사법당국으로부터 제재나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받았다.

당초엔 ‘중국 자본의 첫 국내 진출’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좀 더 끌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심사가 끝났고 결격 사유가 나오지 않았다면 지체하지 말고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당국은 속전속결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 변화에는 최근 론스타와 한국 정부가 벌이는 투자자국가소송(ISD)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이유 없이 승인을 미뤘다가는 한국이 또 다른 ISD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반대로 인수 승인을 빨리 내주면 이는 한국 정부가 외국 자본을 공평하게 대한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주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팡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계기로 중국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팡보험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인수전에도 참가한 바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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