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웃는다고 금리 싸던가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17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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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연예인 이용한 대출 TV광고

간판만 저축은행…은행의 탈을 쓴 대부업체

이름만 저축은행일 뿐 영업행태는 대부업체와 다를 게 없다. 1년여 전,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영업을 허용하면서 금리인하 효과를 언급했지만 대부업체 계열의 저축은행들은 여전히 약탈적 고금리 대출을 일삼고 있다. 자극적인 광고를 통한 무차별 공격마케팅의 대상이 돈 없는 서민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은행의 탈을 쓰고 서민을 멍들게 하는 ‘대부업체 저축은행’을 파헤친다. <편집자주>

OK·웰컴 등 3곳 월2만여회 TV광고
오지호·신구·이경영 등 연예인 이용
‘고금리 대부업체’ 이미지 미화 전략
“누구나 대출 가능” 충동 대출 조장


OK저축은행 등 대부업체가 인수한 저축은행들이 대부분의 대출상품에 30% 안팎의 금리를 적용해 사실상 ‘고리대금 장사’에 몰두하면서도, 겉으로는 ‘대부업’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TV광고 물량공세를 벌이고 있다. 특히 유명 연예인들을 앞세운 엄청난 양의 TV광고를 통해 ‘고금리 대부업체’에 대한 일반의 경계심 허물기를 시도하고 나아가 친근함마저 느끼게 하려 애쓰고 있다.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 대신 이미지 쇄신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OK저축은행, 매일 370회 대출 유도 광고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을 비롯해 웰컴저축은행, 친애저축은행 등 3대 저축은행은 2014년 9월 한 달에만 모두 2만145회 TV광고를 내보냈다.

이중 아프로서비스그룹의 OK저축은행 광고가 1만1107회로 가장 많았다. 매일 370회씩 대출을 유도하는 광고를 내보낸 셈이다. 2위 웰컴저축은행의 9019회에 비해 월간 광고집행수도 월등히 많다. 더구나 ‘누구나 대출 가능’ ‘무서류’ 등 충동적 대출을 조장하는 표현도 담겨 있다. 저축은행 대출 광고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광고에 대한 규제와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임시회의에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광고는 하등의 차이가 없다. 대부업체 광고인지 저축은행 광고인지 모를 광고가 폭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의 광고 내용과 횟수를 놓고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광고심의위원회와 협의해 저축은행 광고 내용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 이미지 쇄신 위해 유명 연예인 동원

저축은행들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유명 연예인을 TV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OK저축은행 CF에는 오지호 신구 이경영 김응수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 중이다. 이들은 광고에서 직접적으로 대출을 권하진 않는다. 하지만 ‘고금리 대부업체’라는 이미지를 지우려는 업체 측의 전략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저축은행 이용자들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 급전이 필요한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고금리 대출을 권하는 광고는 사회정서에도 반하지만, 유명 연예인이 광고모델로 등장하면서 고금리 대출 그 자체가 정당화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도 유명 스타들이 대부업체 광고에 출연해 비난여론을 일으킨 바 있다.

약탈적 고금리 대출, 불법추심 등 대부업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이다.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는 고금리를 적용하는 저축은행 광고에 출연한 오지호 신구 이경영 김응수는 모두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이다. 유명인일수록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 책임감에 입각해 광고 선택에도 신중해야 한다. 이들이 ‘대부업체 미화 전략’에 이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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