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제계에선]“中지도자 오니 만찬 참석 말라”… 한국 금융수장들 ‘베이징의 굴욕’

○…이달 초 중국의 시중은행 격인 중국은행(BOC) 창립 10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이순우 우리은행장，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등 한국 금융계 주요 인사들이 현지에서 ‘체면’을 구겼다는 후문. 이들은 당초 3일 오전 열린 중국은행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 이어 같은 날 오후 중국은행장 주최 만찬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만찬 참석이 취소됐다는 것. 이 같은 ‘이변’은 중국은행 측이 “중국 최고위급 지도자가 참석한다”며 만찬에 오지 말라고 통보하는 바람에 벌어졌는데 이 때문에 한국 금융계의 거물들이 일정을 급히 수정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고.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이 8일 스마트TV 신제품 발표회에서 “경쟁사는 우리가 신제품을 내면 1년 뒤에 쫓아오곤 한다. 내년 CES(가전전시회)에 가면 많은 회사가 우리와 비슷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LG 진영을 다시 자극. 김 부사장은 지난해 3월 3차원(3D) TV의 기술 논쟁 때 “(LG디스플레이에는) 엔지니어가 정말 멍청한 ××들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해 파문이 일기도. 전자업계 관계자는 “LG 측이 어떻게 대응하고 나설지 궁금하다”고 한마디.

○…기획재정부 내에서 정부 살림살이를 짜는 예산실이 지원자가 없어 깊은 고민. 이석준 예산실장이 설명회(IR)까지 열어야 할 처지가 되는 등 젊은 사무관들로부터 ‘기피 1호’로 전락했다는 것. 예산실은 예산을 심사하는 6∼9월에는 야근을 수시로 하는 등 업무가 과중한 데다 과거 선배들이 누렸던 ‘권한’도 크게 줄어 인기가 빠르게 추락. 예산실 고위 관계자는 “예산실로 스카우트할 젊은 사무관을 물색하기 위해 직원들의 스키동호회까지 따라 갔다 왔다”며 “부처를 주무르던 옛 예산실 파워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한숨.

○…서울 홍익대 앞 상권의 랜드마크였던 리치몬드제과점이 지난달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대기업 계열 커피전문점이 들어서게 된 것을 두고 ‘대기업 빵집’ 비판 여론이 일자 프랜차이즈 업계는 억울해하는 기색이 역력. 리치몬드 폐점은 순전히 임대료 상승 때문인데도 엉뚱하게 자신들이 가해자로 몰렸다는 것. 홍대입구 지하철역 인근의 파리바게뜨가 최근 임대료를 올려주지 못해 문을 닫는 등 빌딩 주인과의 관계에서 ‘을’이기는 대기업 빵집도 마찬가지라는 게 이들의 주장.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엔화 강세 등의 연이은 악재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새해 들어서는 밝아진 표정. “회사의 명운을 걸고”(한국토요타 관계자의 표현) 내놓은 신형 ‘캠리’가 1월 한 달 동안 433대가 팔려 수입차 판매 순위 3위에 올라섰고, 특히 신형 캠리 계약 대수 중 40%가 하이브리드 모델이기 때문. 회사 관계자는 “2주 남짓한 판매 기간에도 불구하고 판매 순위 3위에 오른 것을 보면 2월부터 본격적인 캠리의 질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함박웃음.

○…금융투자협회가 상근 부회장과 자율규제위원장 인사를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여 어수선. 박종수 신임 회장이 6일 취임하며 금융 관련 협회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 출신 수장(首長)을 보유하게 된 금투협의 자존심마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 8일 금투협 상근 부회장과 자율규제위원장에 각각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선임되자 금투협 노동조합은 ‘낙하산 종합선물 세트’라며 강력 반발. 하지만 일부 회원사들 사이에서는 “요즘같이 당국 규제가 강화되는 때 차라리 관(官) 사람이 와야 비빌 언덕이라도 생기지 않겠나”라는 반응도 나와.

○…지식경제부가 산하기관들이 본부 부서에 대한 무기명 평가를 실시해 호평을 받은 부서에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산하기관 파트너십’ 계획을 3일 발표하면서도 이와는 반대로 공기업 인사에 직접 관여하려는 데 대해 비판이 비등. 지경부는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등의 핵심 보직자에 대한 역량평가를 지난달 26일 실시해 이를 통과한 후보자에 대해서만 공기업 사장이 낙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 한 공기업 관계자는 “역량평가가 2, 3년 단위로 바뀌어 공기업 내부에서도 ‘뜨내기’로 통하는 사장들의 조직 장악력을 떨어뜨리고 임원들의 지경부 눈치 보기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볼멘소리.

○…2월 초순이 넘어가고 있는데도 올해 경영계획을 발표한 건설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국내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반영. 사업부문별 전략 등을 담은 경영계획서가 예년 같으면 연말에 나올 때가 많았는데 올해는 총선, 대선 등 선거 정국으로 경기 불투명성이 확대되자 내부적으로 사업계획서를 수정하는 회사가 늘었다는 분석.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확정이 돼야 외부에 발표를 하는데 경기가 워낙 불안하니 수정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차일피일 늦어지는 경영계획 발표가 건설업계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하다”고 한마디. <경제부·산업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