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서울대 CFO 전략과정 CASE STUDY]동양기전 국제회계기준 도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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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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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TF구성 이슈 점검… 국내-해외법인 화상교육 … 자력으로 회계기준 수립

DBR 그래픽
DBR 그래픽
《 기업의 회계기준은 투자자들과 재무정보를 커뮤니케이션할 때 언어와 같은 역할을 한다. 기업이 회계기준을 바꾼다는 것은 이제까지 사용했던 언어를 버리고 전혀 다른 언어를 새로 익혀야 한다는 의미다. 편하고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기업에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대기업에 비해 정보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더욱 그렇다. 국제회계기준(IFRS)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동양기전 사례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동양기전은 자산 규모 4000억 원 정도의 중견기업으로, 국내 직원 1100여 명 가운데 재무 담당 직원이 채 10명이 안 될 정도로 인력 인프라가 부족했다. 하지만 동양기전은 중장기 로드맵을 갖고 회계기준 변경에 체계적으로 대응했으며 이를 직원 역량 강화의 계기로 삼았다. 그 결과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을 대거 양성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회계 투명성 확보 및 사내 의사소통 강화,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거뒀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와 서울대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략과정은 동양기전의 IFRS 도입 성공 요인을 집중 분석했다. 기사 전문은 DBR 97호(1월 15일자)에 실려 있다. 》
○ 주요 이슈 발굴 및 학습

2010년 초 금융감독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IFRS 의무적용 기업 1190개사 가운데 도입에 착수한 기업은 약 900곳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하지만 900여 개 기업 가운데 38% 이상이 준비 및 분석의 기초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답했다. 시스템 설계와 구축, 실제 적용 등 실질적인 준비에 나선 기업은 37%에 머물렀다. 동양기전은 이미 2009년 초부터 회계기준 변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른 중소기업과 비교할 때 상당히 일찍 준비에 착수한 셈이다. 동양기전은 일단 담당 상무와 재무팀을 주축으로 IFRS 학습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최종 목표는 재무와 회계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역량 강화와 자체적인 회계능력 확보였다.

IFRS 학습은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2009년 2월에 첫 단계로 IFRS 기준서 37개 가운데 회사와 연관된 26개를 학습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재무팀원별로 2, 3개씩 기준서를 맡아 스스로 학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원들은 각자 맡은 기준서의 주요 내용과 기존 회계기준 대비 달라지는 점, 적용 방법 등을 공부한 후 주 2, 3회씩 모여 토론을 벌였다. 같은 해 7월부터 2단계 학습이 진행됐다. 이 기간에는 회사가 직면한 이슈들을 점검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검토했다. 자체적으로 선정한 63개 이슈 가운데 절반가량에 대해 대안을 찾아보기도 했다.

같은 해 9월 말부터 해외법인 이슈 해결에 주력한 3단계 학습기간을 가졌다. 매출규모가 크고 판매와 제조를 겸하는 중국법인의 회계장부를 다시 정비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였다. 중국의 회계 담당자는 현지 회계기준은 물론이고 한국의 새로운 회계기준을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중국 회계팀은 한국 회계팀과 일대일로 짝을 지어 조를 구성하고 새로운 회계기준과 관련 이슈를 공부한 후 화상회의를 통해 학습 내용을 공유했다. 해외법인 교육까지 끝내고 회계 담당 인력에 대한 사전 교육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을 내린 후에야 동양기전은 안진회계법인에 IFRS 도입 컨설팅 용역을 맡겼다. 자체적인 교육을 충분히 시행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컨설팅회사에서 주관하는 교육은 따로 받지 않았다.

○ 자체 역량으로 세부 회계기준 수립

동양기전의 ‘콘크리트 펌프 트럭’
동양기전의 ‘콘크리트 펌프 트럭’
IFRS 도입을 위해 동양기전이 새로운 세부 회계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분야는 크게 세 가지였다. 회사가 보유한 유형자산에 대한 상각 방법 및 대손충당금 설정방법을 변경하는 일과 해외법인과의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일이다.

우선 동양기전은 회사가 보유한 기계와 설비 등 모든 유형자산의 경제적 내용연수를 산정했다. 경제적 내용연수란 현재 보유한 유형자산을 앞으로 몇 년간 더 사용할 수 있을지 추정한 기간이다. 유형자산 담당자는 해당 사업부가 보유한 자산의 실제 내용연수를 일일이 파악하고 동일한 유형의 자산이 과거 얼마나 사용된 후 폐기됐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세법의 기준에 따라 대분류 정도로만 구분됐던 유형자산이 대분류-중분류-소분류로 상세히 나뉘었다. 그리고 동양기전만의 내용연수 표에 맞춰 매년 동일한 금액만큼 상각하는 방식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 설정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작업이 진행됐다. 동양기전은 사업부별로 매출 채권마다 잔존기간을 산출해 정상 채권부터 12개월 연체 채권까지 분류하고, 보유 채권의 과거 3년간 실제 대손경험치를 뽑아 구간별 설정률을 계산했다. 이 결과 과거 대손경험이 반영된 동양기전만의 충당금 설정표가 새로 만들어졌다.

연결재무제표란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간주해서 작성하는 재무제표를 말한다. 기존 회계기준에서는 회사별 재무제표를 주로 사용했으나 IFRS에서는 연결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다. 두 회사가 법적으로는 별개 법인이라도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실체라고 보고, 이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를 기본으로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동양기전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내부 교육이 여기서 효과를 발휘했다. 국내 담당자와 해외 담당자가 함께 학습하면서 회계기준 내용은 물론이고 상대방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각 법인 담당자들은 현지 회계기준과 한국 IFRS의 차이 및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와 대안을 숙지하고 회계기준 변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 직원들의 역량 강화와 비용 절감 등 효과

IFRS 도입을 통해 동양기전이 얻은 효과는 총 5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자체 역량이 강해졌다. 충분히 여유를 두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학습한 덕에 국내외 사업장에서 회계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모두 자유자재로 회계기준을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확보하게 됐다. 둘째는 직원들의 자신감 확보다. IFRS는 큰 원칙만 정해놓고 세부 항목의 설정과 적용에 대해서는 기업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회계 담당자가 회사 상황을 알고 적용 방법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체계적인 교육과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직원들은 자신감을 갖게 됐다. 셋째는 회계 투명성이 높아졌다. 해외 사업장과의 연결재무제표가 강화되면서 하나의 기준으로 작성된 글로벌 사업장의 재무성과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넷째는 비용 절감이다. 사전학습이 충분했던 덕에 회계법인에서 컨설팅을 받는 기간이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졌다. 팀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면서 직원들 간 유대관계가 강해졌으며 서로의 업무와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회사 전반의 분위기를 개선해 다른 업무 수행에도 도움이 됐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 리뷰) 97호(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P&G ‘신성장 공장’ 성공비결

▼ Harvard Business Review


토머스 에디슨의 실험실이 갖고 있던 창의력과 헨리 포드의 ‘모델T’ 자동차 공장이 갖고 있던 대량생산 속도 및 안정성을 결합할 방법은 없을까. 2000년대 초 혁신으로 인한 매출과 수익 목표를 달성한 사례가 15%에 불과했던 P&G는 고민을 시작했다. 고민의 결과로 탄생한 조직이 ‘신성장 공장(new-growth factory)’이다. 신성장 공장은 혁신을 체계화하기 위한 조직으로 대규모 신사업 창조 그룹, 집중 프로젝트팀, 각 팀이 신속하게 시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서 신제품과 신사업 모델을 검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 인력으로 이뤄졌다. 이 조직으로 P&G는 핵심사업을 튼튼히 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성장 기회를 포착하는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다.


‘10X’ 7개 기업의 공통점은…

▼ Best Seller Preview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와 같은 경영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짐 콜린스가 신작을 냈다. 이번에는 불확실하고 혼돈스럽기까지 한 시장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기업들의 비밀이 주제다. 책 제목은 ‘그레이트 바이 초이스(Great by Choice)’. 콜린스는 모튼 한센 교수와 함께 9년 동안 연구를 통해 2만400곳의 상장기업 중 최소한 시장 평균 수익의 10배 이상의 실적을 내는 7개 기업을 선정해 공통점을 분석했다. ‘10X’라고 불리는 7개 기업에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 등이 포함됐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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