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모토로라에 한방 먹었다… 물고 물리는 특허전쟁

  • Array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獨 “특허침해” 판매금지 판결… EU, 삼성 反독점법 위반행위 예비조사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독일에서 판매 금지될 위기에 처했다. 독일 만하임법원이 모토로라가 애플을 상대로 제소한 통신기술 침해에 대해 모토로라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삼성전자가 반(反)독점법 위반행위를 했는지에 대해 예비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특허전쟁이 통신특허를 둘러싼 애플 대 비(非)애플 진영 간의 전쟁으로 진화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4일(현지 시간)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모토로라는 독일 만하임법원에서 애플의 모바일 기기의 판매를 금지하는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문에 정확히 어떤 제품이 판매금지 대상인지 명시되지 않았지만 모토로라의 특허가 무선통신과 관련된 표준특허라 애플의 웬만한 기기에는 모두 쓰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2003년부터 애플이 모토로라 특허를 침해해 만든 모든 제품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는 결정도 내렸다.

독일에서 애플이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만하임법원은 ‘궐석 재판(피고인이 부재한 상태에서 이뤄진 재판)’ 형식으로 판결을 냈다. 애플은 법원이 요구한 의견서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고 모토로라의 공격에 자사를 변호하지도 않았다. 법원이 판결한 대상이 미국에 있는 애플 본사라 관할권에 대한 논란의 여지도 남아 있다.

하지만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전 세계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애플이 왜 모토로라의 공격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법원의 요구를 무시하고, 향후 타격을 입을 만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방치했을까는 미스터리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이런 행동이 삼성전자와 벌이고 있는 특허전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U 집행위는 최근 삼성전자가 애플에 통신 표준특허 사용료를 과도하게 요구했는지를 따져보기 위한 예비조사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예비조사라 강제성이 없고 별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지만 EU가 향후 정식 조사에 착수하면 애플과 벌이는 전체 소송전이 꼬일 수밖에 없다. 애플로선 이 만한 호재도 없기 때문에 애플이 삼성전자를 EU에 직접 제소했을 가능성도 높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독일 만하임법원에서 자신을 충분히 변호했는데도 모토로라에 진다면 EU의 예비조사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표준특허 이슈에 대해 네덜란드 법원은 애플의 손을 들어줬고 독일의 만하임법원은 삼성전자와 입장이 비슷한 모토로라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EU 집행위가 삼성전자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주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특허전쟁 양상은 이처럼 전통적인 이동통신 관련 회사로 표준특허가 많은 회사들(삼성전자 모토로라 노키아)과 컴퓨터회사에서 통신업계로 들어온 신생 회사 애플과의 전면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통신사들은 ‘애플이 업계에 들어와 표준특허를 마구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애플은 ‘스마트폰의 기능을 통신제조사들이 베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컴퓨터와 통신기기가 합쳐진 제품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통신업계의 무기인 표준특허는 침해를 입증하기는 쉽지만 이를 가지고 상대방을 궁지에 몰기는 힘들다. 미국과 유럽은 표준특허를 갖고 우월적 지위에 있는 업체가 권리를 남용하는 ‘독점행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애플이 반독점 이슈를 들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