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퇴장]잡스 후광 사라지면… ‘애플’ 미래 안갯속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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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잡스가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급한 것처럼 ‘불행하게도 애플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는 날’이 왔지만 애플도 잡스의 부재를 상당히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췌장암 수술을 받았고 그동안 병가도 여러 차례 쓸 만큼 잡스의 건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잡스가 팀 쿡을 후임 CEO로 추천하고 애플이 이를 곧바로 발표한 것도 사전에 충분히 조율된 수순으로 보인다. 쿡은 잡스가 1997년 애플로 복귀하면서 영입한 인물로 그만큼 잡스와는 코드가 잘 맞는 인물이다. 2004년 잡스가 췌장암 수술을 받을 때는 두 달 동안 회사를 이끌기도 했고 2007년부터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애플의 내부 살림을 책임져왔다. 잡스의 건강이 악화된 이후 아주 중요한 결정이 아니면 대부분 쿡이 맡아 지휘해왔다.

잡스는 CEO에서 물러나더라도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면서 조언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잡스는 이날 발표한 편지에서 “이사회가 허락한다면 이사회 의장 및 이사, 또 직원으로서 애플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적었다.

이 때문에 당장 애플의 경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월경 출시할 예정인 ‘아이폰5’와 ‘보급형 아이폰4’도 차질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등과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특허전쟁에도 새 CEO의 스타일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큰 전략이 바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마이클 가텐버그 애널리스트는 “잡스의 사임은 애플의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지만 애플에는 잡스 외에도 많은 사람이 있다”며 “팀 쿡에게 자리를 넘겨주면서도 잡스는 계속해서 의장직을 맡으며 회사와 제품 모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애플이 이뤄낸 ‘혁신’의 상당 부분이 잡스 개인의 아이디어와 카리스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잡스는 주변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고 감정적인 몰입을 통해 자발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카리스마형 리더’의 전형이었다”면서 “빌 게이츠가 떠난 마이크로소프트(MS)가 그랬던 것처럼 잡스가 떠나면 애플 조직 전체가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도 잡스 없는 애플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잡스의 사임이 발표되자 뉴욕 증시의 시간외 거래에서 애플 주가는 5.3% 급락했고, 독일 증시의 개장 전 거래에선 6.9%까지 떨어졌다.

잡스가 애플을 떠나면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애플 마니아’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잡스는 ‘애플 마니아’ 사이에서는 예수와 비교될 정도로 비전과 희망을 주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이들이 과연 잡스 없는 애플의 제품에 예전과 같은 충성심을 보일지 의문이다.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아이폰5, 아이패드3 등 제품 개발을 거의 마쳤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1년 정도는 큰 문제없이 운영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잡스 없는 애플이 미래 트렌드 변화를 잘 읽어내고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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