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스페셜]메디치 가문 흥망성쇠의 교훈

  • 동아일보

無리더십 無능력 無절제… 350년 명문가 해가 지다

메디치 가문의 몰락 원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바사리 통로의 내부(왼쪽). 벽에는 메디치 가문이 소장했던 예술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오른쪽 사진은 베키오 다리로 바사리 통로의 창문이 보인다. 원래 베키오 다리에는 정육점이 늘어서 있었지만 코시모 1세는 바사리 통로를 만들기 위해 정육점을 모두 없애고 그곳에 피렌체의 보석상들이 상점을 열게 했다. 지금도 베키오 다리 위에는 보석상이 즐비하다. 김상근 교수 제공
메디치 가문의 몰락 원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바사리 통로의 내부(왼쪽). 벽에는 메디치 가문이 소장했던 예술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오른쪽 사진은 베키오 다리로 바사리 통로의 창문이 보인다. 원래 베키오 다리에는 정육점이 늘어서 있었지만 코시모 1세는 바사리 통로를 만들기 위해 정육점을 모두 없애고 그곳에 피렌체의 보석상들이 상점을 열게 했다. 지금도 베키오 다리 위에는 보석상이 즐비하다. 김상근 교수 제공
《 르네상스 시대를 연 메디치 가문은 채 350여 년을 넘기지 못하고 몰락했다. 당대 최고의 부자였으며 두 명의 교황과 두 명의 프랑스 왕비를 배출했던 위대한 가문이 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을까. 메디치 가문의 몰락 원인을 분석한 DBR 83호(6월 15일자)의 기사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 바사리 통로에서 세상과 단절되다

코시모 3세
코시모 3세
메디치 가문이 몰락의 조짐을 보인 것은 피렌체의 대공으로 등극했던 코시모 1세(1519∼1574) 때 일이다. 그는 15세기의 동명이인(同名異人)이었던 가문의 위대한 조상, 코시모 데 메디치(1389∼1464)와 전혀 다른 유형의 리더였다.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늘 신중하고 겸손하게 행동했던 국부(國父) 코시모와는 달리 16세기의 코시모는 권력을 독점한 황제처럼 거들먹거렸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와 사돈이 되면서부터 어깨에 더욱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코시모는 피렌체 시민들로부터 점점 격리돼 갔다.

1565년, 그는 건축가 조르조 바사리에게 특별한 명령을 내렸다. 아들 부부가 사는 베키오 궁전부터 자신의 왕궁인 피티 궁전을 연결하는 전용 비밀 통로를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건축가의 이름을 따서 ‘바사리 통로(Vasari Corridor)’로 부르는 이 비밀주랑은 피렌체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메디치 가문의 전용 도피통로로 설계됐다. 그래서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순 있지만 반대로 밖에서 안은 볼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때부터 메디치 사람들은 바사리 통로에 설치된 비밀스러운 창문을 통해 피렌체 사람들을 은밀히 감시했다. 폭군처럼 군림하는 것도 모자라 시민들을 통제하는 비밀스러운 감시자가 된 것이다.

역사가들은 메디치 가문이 문을 닫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 코시모 3세(1642∼1723)의 오랜 통치기간에 반복해서 나타난 리더십의 부재로 돌린다. 그는 무절제한 주색잡기로 악명을 떨쳤다. 결국 그는 불규칙한 폭식으로 만성적인 질환을 얻게 되고, 주치의는 규칙적인 걷기 운동을 처방했다. 비만에 시달리던 코시모 3세가 운동 장소로 찾아낸 곳은 800m에 이르는 바사리 통로였다. 그는 이 긴 회랑에서 걷기 운동을 할 때 무료함을 달래려고 가문이 소장하고 있던 모든 조각품을 일렬로 전시토록 했다. 피렌체가 배출했던 위대한 천재들에 의해 탄생한 예술품이 비만에 시달리던 한 개인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눈요깃거리로 변해 버렸다.

○ 당나귀를 타고 가던 코시모 데 메디치


만약 후대의 코시모들이 선대 코시모의 정신을 유산으로 계승했더라면 메디치 가문이 쉽게 패망의 길로 접어들진 않았을 것이다. 선대 코시모는 아버지의 유언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임종의 침상에서 조반니 디 비치는 아들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다른 사람들이 널 주목하게 만들지 말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라. 만약 사람들 앞에 서야 한다면 꼭 필요한 곳에만 너의 모습을 보여줘라.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절대로 대중의 뜻에 거슬리게 행동하지 말라.”

아버지의 유언은 한마디로 신중하고 겸손하게 처신하란 것이었다. 메디치 가문의 부가 축적되고 가문의 명예가 올라갈수록 이를 시기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선대 코시모는 절대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았다. 협상을 하다가 의견 절충에 실패하면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게 아니라 웃으며 “그래요, 잘 알겠습니다. 제가 다시 한 번 검토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코시모는 피렌체 시내에서 이동할 때 절대로 말을 타지 않았다. 말을 타고 다니면 피렌체 시민들과 노상(路上) 대화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위화감이 조성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코시모는 피렌체 시내를 걸어 다니면서 마주치는 주민들에게 늘 웃음으로 대했다. 장거리 이동 때는 말 대신 당나귀를 애용했다고 한다.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당나귀를 타고 가며 보여준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코시모의 생애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대단히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중후하고 예의 바르고 덕망 넘치는 외모를 갖고 있었다. 초년은 고통과 유배와 신변 위협 속에서 지냈으나 관대한 성향 덕에 모든 정적을 누르고 백성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거부(巨富)이면서도 살아가는 모습은 검소하고 소탈했다.”

○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선물


가문의 대는 끊겼지만 가문의 정신은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다. 21세기의 피렌체 사람들은 18세기 중엽에 문을 닫은 메디치 가문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 시민들에게 남긴 막대한 문화유산 때문이다. 우피치 미술관과 피티 궁전 박물관에 소장된 예술품을 보려고 몰려드는 관광객들에 의해 피렌체 시의 재정이 유지되고 있다.

위대한 정신은 위대한 가문을 낳았고 그 정신이 쇠퇴했을 때 가문은 문을 닫았다. 메디치 가문은 정신의 위대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역사적 선례를 남겼을 뿐 아니라, 위대한 정신이 쇠퇴했을 때 가문의 역사도 끝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 교훈이야말로 메디치 가문이 남긴 문화유산보다 더 값진 것인지 모른다. 탁월함을 추구하던 가문이 더는 탁월함을 추구하지 않을 때 그 가문은 문을 닫게 된다. 메디치 가문이 그랬던 것처럼.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 교수skk@yonsei.ac.kr@@@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3호(2011년 6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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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상태가 이상적 문제해결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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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현미경으로 세포나 유전자를 관찰할 때에는 특정한 파장의 빛(통상 자외선)에 반응해 다른 파장의 빛(일명 ‘시그널 광’)을 내는 형광물질을 주입한다. 연구자들은 세포나 유전자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형광신호를 포착할 때 외광(外光)에 의한 교란 효과를 없애려고 보통 어두운 암실에서 현미경을 조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련한 연구자라도 어둠 속에서 현미경을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실수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미경으로 세포나 유전자를 관찰하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밝으면서도 동시에 어두운’ 상황이다.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물리적 모순 상태야말로 역설적이지만 문제가 가장 이상적으로 해결된 상태다. 소위 ‘이상해(理想解)’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지속가능성’ 통한 경쟁우위 전략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존슨앤드존슨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총 1억8700만 달러를 들여 60개가 넘는 에너지 감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로 존슨앤드존슨은 연간 24만7000MWh(메가와트시)의 누적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었고, 폐기물의 양도 32%나 줄일 수 있었다. 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도 연간 12만900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의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펼치고 있다.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첫 번째 행보는 존슨앤드존슨처럼 자원 관리를 통한 효율성 제고나 폐기물 감소 등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자원 효율성 추구는 지속 가능성을 기업 성장전략에 활용하기 위한 첫 단추에 불과하다. 지속 가능성을 열렬하게 수용하는 선도 기업의 사례와 이를 통한 경쟁 우위 확보 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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