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삶의 正道는 무엇인가?

  • 동아일보

2000여 년 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동방 원정에 나섰을 때였다. 열사의 사막에서 모두가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갔다. 이때 참모 한 사람이 멀리 오아시스에서 물을 구해 와 알렉산더 대왕에게 바쳤다. 대왕이 이 물을 받아 마시려 하자 장병들이 부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알렉산더는 물을 그냥 땅에 버렸다. 그리고 “나 혼자 물을 마실 수 없다. 더 진군해 오아시스가 나오면 모두 같이 물을 마시자”라고 말했다. 리더십은 이처럼 자기희생의 지혜를 필요로 한다.

알렉산더의 이런 지혜는 리더십으로 연결되는 지적(知的) 도구였다. 인간의 삶에 필요한 도구는 물질적 차원을 넘어 정신적 차원으로, 더 나아가 공신력이나 인간적 매력 같은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도구’라는 용어보다는 그 격을 높여 ‘수단매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더 적합할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자기가 사용하는 물질적 정신적 사회적 수단매체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개인이나 조직은 쇠락한다. 이것이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역사법칙이다.

한편 인간은 자기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려는 욕망을 가진 존재다. 이런 욕망을 ‘목적함수(objective function)’라고 부르자. 목적함수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특정 목적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 선택과 배치되는 다른 대안의 포기를 전제로 한다.

필자는 목적함수와 수단매체라는 2개 요소만으로 복잡한 삶의 세계를 표현하고,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할 방법론을 연구했다. 10개 숫자를 사용하는 십진법 대신 ‘0’과 ‘1’이라는 2개의 숫자만 가지고 모든 것을 다 표현하는 이진법의 간결함 덕분에 디지털 문명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간의 삶은 목적함수를 설계하고 그 실현에 필요한 수단매체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예컨대,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보릿고개 시절에 식량보다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함수를 먼저 세웠다. 이를 위한 수단매체로 1956년 문교부에 원자력과를 만들었고, 젊은 물리학도들을 원자력 국비 유학생으로 8차례에 걸쳐 미국에 보냈다. 이들이 돌아와 1959년 한국원자력원과 원자력연구소를 세우고 1970년대에는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했다.

인간은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다. 어제 뿌린 씨앗으로 오늘을 살고, 오늘 심은 나무에서 내일 열매를 거둔다. 내일 거둬야 할 열매를 목적함수라 한다면, 그를 위해 오늘 심어야 할 나무는 수단매체가 된다. 결국 삶의 정도(正道)는 내일을 위한 목적함수를 설계하고 그에 맞는 수단매체를 창조하는 길이 된다. 오늘과 내일이 모두 중요하지만 내일을 위해 오늘 허리띠를 동여매는 철학적 선택도 반드시 필요하다.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4호(2011년 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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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도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

▼ Special Report


많은 기업은 고객 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벌이겠다며 다양한 일을 추진해왔다. 상당수 기업은 고객 만족, 고객 감동 등의 단어를 회사 슬로건에 포함시켰다. 또 TV나 신문 광고 등을 통해 고객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고객 상담 센터, 불만 접수 센터 등을 만드는 등 고객 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했다. 하지만 최근 종영한 인기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 속 유명 대사를 빌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새해를 맞아 기업들은 원대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장기 경영 계획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려는 기업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쁘다.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환경의 본질을 간파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역량이 필수다. 마케팅도 마찬가지. 10년 후를 내다보는 차세대 마케팅에선 과거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차세대 마케팅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충무공 통해 본 21세기 名家의 조건

▼ Trend & Insight


충남 아산에 있는 현충사 정문으로 들어서면 우측에 기둥과 지붕만 있어 마치 기차역의 플랫폼을 연상시키는 길쭉한 건물이 있다. 바로 이순신 장군과 그의 후손 4명이 받은 5개의 정려(旌閭)를 죽 걸어 놓은 곳이다. 이른바 ‘4충신(忠臣) 1효자(孝子)’ 정려로, 충무공과 그의 조카인 강민공 이완, 4대손인 충숙공 이홍무, 5대손 충민공 이봉상 등 네 명의 충신과 효자인 7대손 이제빈을 기리는 편액이 걸려 있다. 이 다섯 명 중 네 명의 충신은 모두 전사자다. 정려를 받지는 못했지만 충무공 집안에 전사자는 이외에도 더 있다. 바로 충무공의 아들들이다. 슬하에 둔 아들 다섯 중 셋이 전사했다. 충무공의 집안은 역대로 전사자가 가장 많은 가문 중 하나다. 충무공의 후손들은 이순신 장군만 한 능력이나 업적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러나 그들 모두 명장의 후손이라는 강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실수를 하고 전투에서 패하는 순간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았고 죽음을 피하지도 않았다. 충무공과 그의 후손들이 부와 권력의 세습으로 지탄받곤 하는 21세기 한국 지도층들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진정한 명가(名家)의 조건을 소개한다.

‘先직원 後고객’ HCL 혁신 비결

▼ Global Perspective


수천 명의 직원이 앉아 있는 대회의장. 최고경영자(CEO)가 일선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가 됐으면 좋겠는가” “회사의 미래 전망이 어떻다고 보는가” 등에 대한 답을 허심탄회하게 듣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당신이 이 회사 CEO라고 가정해 보자. 만약 당신이 넥타이를 맨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하기만 하면 직원들이 기탄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말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아주 용감한 사람이 아닌 이상 그런 분위기에서 입을 열 직원은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반대로 당신이 심각한 연설 대신 아무 말 없이 연단에 올라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고 가정해보자. 아예 연단에서 통로로 내려가며 앉아 있던 직원들을 일으켜 함께 춤을 추기라도 한다면 더더욱 좋다. 당신이 지독한 ‘몸치’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 후 다시 연단에 올라가 직원들에게 질문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직원들에게선 어떤 반응이 나올까. 인도의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HCL테크놀로지의 비닛 나야르 사장은 이처럼 ‘괴짜’ 같은 행동을 통해 직원들과의 간극을 없앴다. 그리고 ‘선(先)직원, 후(後)고객’이라는 독특한 경영문화를 확립해 회사를 혁신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HCL테크놀로지의 혁신 성공 비결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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