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추진 ‘동반성장委’ 官治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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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기업 출연 상생기금 150억 이관 요청
中企센터 “기금 넘기면 전경련 상생업무 흔들”

정부가 민간 주도로 운영하겠다고 공언했던 동반성장위원회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5년 전 대기업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출연한 상생기금을 넘겨받으려고 해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전경련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1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30대 그룹 상생협력임원협의회’에서 김경원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은 유재준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이하 중기센터) 소장에게 중기센터 기금 중 민간이 출연한 150억 원을 중소기업청 산하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12월에 발족하는 동반성장위 운영자금으로 쓰겠다는 이유였다. 이에 앞서 지경부는 중기센터에 정관과 이사진 명단, 사업실적, 결산과 기금현황 등을 제출하라고 요청해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다.

지경부가 요청한 150억 원은 중기센터의 설립기금 215억 원 가운데 대기업이 출연한 부분이다.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기업에 상생협력을 지시하자 대기업들은 삼성 50억 원, 현대자동차와 SK, LG, 포스코가 25억 원씩 총 150억 원을 모아 전경련에 출연했다. 전경련은 기존 국제산업협력재단의 기금 65억 원을 합쳐 중기센터를 설립하고, 경영닥터제와 경영자문봉사단 등 중소기업을 위한 상생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에 앞서 정부는 9월 말 대중소 동반성장 정책을 발표하면서 “12월에 경제단체와 전문가 등 민간이 주축이 된 동반성장위를 발족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대기업이 전경련에 출연한 자금을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동반성장위로 넘기라는 정부의 요청에 전경련과 대기업 양측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연간 16억 원 안팎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중기센터는 150억 원을 넘겨주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중기센터 관계자는 “정부에 막대한 기금을 넘기라는 것은 전경련에 중소기업 업무를 그만하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며 “대기업들이 나서서 동반성장을 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요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 발족을 코앞에 둔 정부는 ‘중기센터의 업무와 중기청 산하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업무가 중복된다’는 이유를 들어 기금 이관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양 기관에서 중복되는 6개 정도의 사업은 모두 중기센터가 먼저 시작한 것이고, 실적 면에서도 중기센터가 앞서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무리하게 대기업 출연기금을 넘겨받아 민간 주도로 운영하겠다던 동반성장위를 정부 산하 기관처럼 부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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