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네바퀴 경영’으로 名家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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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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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매매 - 자산관리 - IB - 세일즈&트레이딩 집중
임기영 사장이 변신 주도… 2년8개월만에 시총 1위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이 최근 국내 최대 규모로 문을 연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의 트레이딩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총 210여 명이 상주할 수 있는 이 센터를 중심으로 세일즈앤드트레이딩 분야를 강화해 5년 뒤 1조 원의 영업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사진 제공 대우증권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이 최근 국내 최대 규모로 문을 연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의 트레이딩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총 210여 명이 상주할 수 있는 이 센터를 중심으로 세일즈앤드트레이딩 분야를 강화해 5년 뒤 1조 원의 영업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사진 제공 대우증권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강하고 금리가 안정돼 채권 운용을 잘해서 실적이 좋았던 거지 이번에는 어려울걸요.”

지난해 실적이 나오자 경쟁사들은 이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채권가격이 크게 요동친 1분기(4∼6월·3월 결산법인 기준) 실적이 나오자 이들은 말문을 닫았다. 한 분야만 잘해서 얻은 ‘깜짝 실적’이 아니라 전 분야의 고른 실력이 뒷받침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대우증권이 지난해와 올해 뛰어난 실적을 과시하며 1990년대 말 이후 잃어버렸던 ‘증권업계의 명가(名家)’ 자리를 되찾았다. 그 배경에는 지난해 6월 취임한 임기영 사장의 조용하지만 강력한 변신 전략이 있었다.

○ 1분기 순이익 606억 원대 기록

증권사들은 총 자산규모,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실적, 채권 인수, 리서치 부문 등에서 저마다 1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게 바로 실적이다. 1분기 주요 증권사의 순이익은 210억∼470억 원대에 속했지만 유독 대우증권만 606억 원대를 기록했다. 올 한 해 수익은 예년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우증권은 현재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안정적 수익을 올리며 미래가치를 높이고 있다. 삼성증권에 이어 2위이던 시가총액이 4조 원대를 넘기며 2년 8개월 만에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까지는 반신반의하던 시장 참가자들도 올 5월부터는 그 진가를 인정했다.

사실 1990년대 말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전까지 독보적 1위였던 대우증권은 2000년대 들어 흔들렸다. 이런 대우증권이 다시 1위가 된 데는 ‘네 다리가 튼튼한 책상은 쓰러지지 않는다’는 철학을 토대로 체질 개선에 나선 임 사장의 공로가 컸다.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은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세일즈앤드트레이딩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만 잘하면 됐다. 영업점이 가장 많았던 대우증권이 가장 잘하는 증권사였다. 그러다 보니 시황에 따라 장사가 잘 안되는 때도 많았다.

임 사장은 “순이익에서 브로커리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에는 50%가 넘었지만 이미 40%대로 줄였고 궁극적으로는 30%대로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IB 부문이 수익에 기여하는 비중도 이미 10%대로 올라섰다. 대우증권은 브로커리지와 세일즈앤드트레이딩의 비중을 각각 30%로, 자산관리와 IB 비중을 각각 20%로 맞추겠다는 포부다.

○ 대규모 트레이딩센터 열어

이를 위해 대우증권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미 강한 세일즈앤드트레이딩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최근 본사 3층에 1652m²(약 500평) 규모의 트레이딩센터를 열었다. 국내 최대 규모로 메릴린치 등 해외 IB와 비슷하다. 국내외 기관 및 개인을 상대로 채권, 파생상품 등을 팔고 트레이딩을 통해 위험을 헤지하는 일 등을 한다. 위험을 안고가야 하기 때문에 조직이 크고 운용역량이 뛰어나야 한다.

임 사장은 “1년 전만 해도 150명에 불과했던 인력을 최근 200명으로 확충했고 앞으로 더 뽑겠다”며 “외국인 고객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브로커리지는 국내에서는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외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강남처럼 가능성이 큰 곳은 6개 지점을 추가로 열었지만 영업이 안 되는 충무로지점 등 7개 점포는 통폐합을 진행 중이다. ‘장사가 안되는 곳은 과감하게 문을 닫는다’는 게 임 사장의 지침이다. 일부 직원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정리되지만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변신할 수 있도록 컨설팅회사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직원연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임 사장은 계획했던 대로 안정적 수익구조가 갖춰지면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고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고 자신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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