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특강]노후대비 이것만은<2>총자산 계산법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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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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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시!

“은퇴자금으로 5억원 필요”
평균자산 5억4000만, 충분?
사는 집 빼면 7100만원뿐

○ 지금까지는…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베이비붐 세대 500명(은퇴자 456명, 비은퇴자 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 이들은 은퇴자금으로 5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52세 여성은 “은퇴자금으로 생활비와 용돈을 포함해 월 200만 원이면 가능할 것 같다”면서 “은퇴 후 20∼30년 더 산다고 가정하면 5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중 60% 이상이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여겼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시점까지 준비할 수 있다고 답한 자금은 약 3억7000만 원으로, 은퇴 필요자금과 비교해 약 1억3000만 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미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은 평균 4억8000만 원의 자금을 마련해두고도 은퇴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가 현실로 닥치지 않은 사람들이 그리는 은퇴 이후의 생활과 현실은 매우 다른 것이다. 은퇴 준비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베이비붐 세대는 평균 5억4000만 원의 총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은퇴 이후 필요자금이 5억 원이니 이것으로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과연 그럴까? 현재 베이비붐 세대가 당장 은퇴자금으로 전환 가능한 금액을 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표 참조

은퇴자산을 산정할 때 중요한 것은 총자산뿐 아니라 여기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다. 총자산(5억4000만 원)에서 부채(5900만 원)를 뺀 순자산은 4억8000만 원이다. 이 순자산에서 유동성이 부족한 부동산자산 4억6000만 원을 빼면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자금으로 당장 전환할 수 있는 금액은 2100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총자산의 3.9%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비거주용 부동산자산을 현금화하더라도 총자산의 13%인 7100만 원밖에 남지 않는다.

이처럼 거주용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을 현금화해서 은퇴자금으로 사용한다 하더라도 20∼30년에 이르는 은퇴기간을 지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욱이 은퇴시점부터 국민연금 수령시점까지 소득공백이 있고, 여기다 자녀교육비와 결혼자금 등으로 지출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은퇴자금의 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현 가능한 은퇴자금을 마련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직시!

“지출규모 알아야 거품 막아”
가계부 쓰기 ‘기본 중 기본’
남는 자금 펀드 등에 투자를


○ 지금부터는…

은퇴가 닥친 이후엔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릴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은퇴 이전에 자금 마련을 위한 대비를 해야 한다. 그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가계의 수입과 지출 규모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간단하게 왼쪽에는 항목별 소득을 적고 오른쪽에는 항목별 지출내용을 적어 가계수지 상태표를 만들어 보자. 일정기간 가계로 유입된 돈과 소비지출로 유출된 자금흐름을 하나의 표로 작성하면 가계 재무상태의 변화가 한눈에 보인다. 이렇게 하면 전체 소득 중 몇 퍼센트를 소비지출에 사용하는지 알 수 있어 가계의 재무상태 안정성을 파악하기가 유용하다.

둘째, 그 결과로 과도한 지출은 과감히 줄여야 한다. 지출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거·생활비를 항목별로 세분해 지출규모를 정확히 파악한 후 경비를 절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변동지출 항목인 식료품비, 외식비, 피복비, 사교육비, 교통비, 통신비, 교양오락비 등은 필수지출이 아니기 때문에 지출규모와 시기를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다. 변동지출 항목별 가계의 지출규모를 가구별 평균지출과 비교하여 차이만큼 조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2명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외식비 31만5000원(2009년)과 가계의 외식비 수준을 비교해서 초과할 경우 이를 줄이는 식이다.

셋째, 줄어든 지출로 생긴 여유자금으로 투자상품의 비중을 늘리도록 한다. 은퇴자금과 같은 장기 목적자금은 물가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주식, 펀드처럼 수익률이 예금이나 적금보다 높은 자산에 일부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할 때에는 라이프사이클 투자방법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신이 40대가 됐을 때, 50대가 됐을 때,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 결혼할 때 등 연령이나 이벤트별로 필요한 자금을 추산해보고 그에 맞게 자산을 재분배해 투자하는 방법이다. 복잡하다면 연금저축인 라이프사이클 펀드에 가입해도 좋다. 투자자의 연령과 위험감수 수준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펀드로 만기가 가까울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줄인다.

조혜진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수석연구원

정리=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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