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원 세제 ‘국회 표류’… 고용 공백 곳곳서 ‘아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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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마련 조특법 개정안, 국회 재정위 상정조차 못해
기업들은 신규채용 미루고, 구직자는 입사지원 늦추고
국회 “공포일 이후 시행 원칙”… 소급적용 힘들어 정부도 난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세법 개정안의 국회 상정이 늦어져 중소기업은 채용을 미루고 취업 예정자는 지원 시기를 늦추는 ‘고용 공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 제도 시행 전에 채용하거나 입사하면 세금감면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로 만든 정책의 집행이 늦어지면서 오히려 ‘악법(惡法)’이 된 것이다.

19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1차 국가고용전략회의 때 마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면서 중소기업 분야에서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되고 있다. 조특법 개정안은 중소기업이 공포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상시근로자를 한 명 늘리면 300만 원씩 법인세에서 빼주고, 장기 미취업자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매달 100만 원씩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기업과 취업 대기자 양쪽에 인센티브를 줘 고용을 늘리려 했지만 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기업은 채용을, 취업 대기자는 취직을 기피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 플랜트건설업체인 세일이앤씨는 최근 남미 공사현장에 파견할 직원 80명을 뽑을 계획이었지만 고용지원 세제가 확정되지 않아 채용을 미루고 있다. 한 명당 300만 원씩 세액을 빼주는 세법을 적용받으면 2억4000만 원(300만 원×80명)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어 공포일 전에 사람을 미리 뽑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초에는 조특법 개정안이 늦게 통과돼도 법을 소급 적용해 1, 2월에 미리 채용한 기업과 입사한 사람들에게 세금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국회가 “소급 적용은 입법권을 침해한다”며 “공포일 이후 법 적용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정부에 통보한 상태여서 소급 적용은 힘든 상황이다.

법안이 상정돼도 야당 의원 중 일부가 ‘세제혜택을 준다고 해서 고용이 늘겠느냐. 효율성에 의문이 드는 비과세 감면 제도를 추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 정부는 고용 상황이 심각한 만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정부는 이달 중 법이 통과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요즘 ‘새 세법이 언제 시행되느냐. 채용이나 입사지원을 미뤄야 하느냐’는 문의가 폭주한다”며 “‘고용지원 세제’가 아니라 ‘고용악화 세제’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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