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장 판매 현대 9%-기아 59% 증가 예상” 증시주도株역할… 세계차시장 경쟁 더 거셀듯
그동안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정보기술(IT), 철강, 조선 등과 함께 한국의 대표 산업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하지만 자동차는 다른 주요 산업에 비해 대표급 기업의 경쟁력이나 주가 매력도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많았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한국지사 임원은 “외국의 주요 금융사와 투자회사들은 IT, 철강, 조선 산업의 한국 대표급 기업들에 비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내내 한국 자동차 산업은 경제위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IT와 함께 증시 상승을 이끈 주도주라는 평가를 들었다. 자동차 산업이 올해의 상승세를 내년에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 내년에도 현대·기아차 ‘씽씽’
17일 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등은 최근 환율하락, 다른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반격, 각국 정부의 소비촉진정책 약화로 판매 둔화 등의 우려가 있지만 내년에도 국내 대표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은 내년도 자동차 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라고 밝혔다.
하나대투증권의 이상현 수석연구위원은 “중소형급에서 강세를 보이는 판매 포트폴리오가 내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신차효과와 원가절감 능력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경쟁력이나 주가의 매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 해외공장의 판매대수가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내년 현대차의 해외공장 판매대수가 163만 대로 올해보다 9.4% 증가하고, 기아차는 59.5%나 늘어난 63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해외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는 적절한 생산시설과 딜러망을 확보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대신증권 김병국 연구위원은 “중국 자동차 시장은 최근 내륙지역의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는데 현대차는 이 지역의 딜러망 비중 순위에서 3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것은 판매망이 상대적으로 연안지역에 집중돼 있는 일본 업체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 부품업체들도 동반 상승
자동차 업종의 상승세로 관련 부품 업체들의 내년도 전망이 밝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최대식 기업분석팀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공장에서 고성장이 기대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 회사들의 해외공장에 동반 진출한 부품 업체들에 대한 투자가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한일이화, 평화정공, 세종공업 등이 자동차 완성업체들의 상승세로 인한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들은 대형주 위주의 주식시장 분위기에서 올해 특별한 주가 상승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대모비스와 한국타이어 같은 자동차 부품 대기업들도 상승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다시 반격 준비를 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업체들과의 내년 경쟁은 올해보다 훨씬 힘들 것이란 지적도 있다. 9월 방한했던 독일계 은행인 도이체방크그룹의 노르베르트 발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와 IT산업의 한국 대표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과 달리 올해 구조조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내년에는 원화 약세 효과가 사라지고 구조조정을 확실히 추진한 외국 기업들의 반격도 훨씬 거세질 것이기 때문에 올해보다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