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기업 명암… 변화 빠른 株택한 고객 웃었다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5분


사업다각화-시장변화 등 따라 상반기 상승률 크게 엇갈려
“하반기 구조조정 살펴 투자를”

올해 업계 전반이 불황을 겪는 가운데 업종 선두 기업들의 주가도 명암(明暗)이 뚜렷했다. 업계 정상을 다투는 대표 종목이더라도 사업다각화와 시장 환경 변화 등의 영향으로 주가 상승률은 크게 차이가 난 것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부문에서 LG화학의 주가가 지난해 말 7만1000원에서 23일 현재 13만5000원으로 90% 이상 급등하면서 경쟁 기업인 호남석유(50.9%·5만1700원→7만8000원)를 압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석유화학업에 주력하는 호남석유와 달리 LG화학이 하이브리드전지 공급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더 높게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에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7만3100원에서 7만2300원으로 소폭 하락한 데 반해 대우증권은 1만2800원에서 1만9250원으로 50.4% 급등했다. 이는 상반기(1∼6월)에 개인들이 펀드 투자를 줄이는 대신 직접 투자를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강한 대우증권은 수혜를 봤지만 펀드 부문이 강점인 미래에셋증권은 상대적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기 침체기엔 백화점보다는 할인마트가 우세를 보이지만 올해 신세계와 롯데쇼핑의 주가 흐름은 이전과 달랐다. 신세계는 외환위기 당시 1998년 한 해 동안 주가가 10배나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할인 유통망의 ‘3강 체제’가 굳어지면서 특정업체가 두각을 나타내기가 어려웠다. 신세계는 0.6% 오르는 데 그친 반면 백화점 부문에 강점이 있는 롯데쇼핑은 소비양극화와 해외여행객 감소로 백화점 매출이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에 14.3% 올랐다.

불황에 강하다는 온라인 게임업종에서는 경쟁 업종 간의 주가상승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 업체들이 중국의 온라인 게임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주가가 동반 급등한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5만2600원에서 16만7000원으로 217.5% 급등했다. 경쟁업체인 네오위즈게임즈는 1만9850원에서 3만3950원으로 71.0%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이 회사가 최근 유무상 증자를 한 점을 감안하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정보기술(IT) 업계의 맞수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7.5%와 48.4%의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투자 전문가들은 하반기(7∼12월) 이후의 주가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느냐에 따라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투자 비율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시가 급속히 회복한 상반기에는 전체적으로 중소형주들의 주가상승률이 업종 대형주들보다 평균적으로 10% 이상 높았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증권사의 주가 전망이 1,100∼1,800 선에 이를 정도로 차이가 크다. 수익률만을 기대하고 리스크가 큰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하반기 투자에서는 업종 간의 구조조정도 유념해야 할 변수다. 국내외에서 경쟁 기업들이 사라지게 되면 업종의 선두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한 번 더 상승할 것으로 본다면 업종 선두기업들보다는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하는 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증시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판단하면 대형 선두 기업 중에서도 구조조정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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