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국세청장 장기공백

  • 입력 2009년 5월 27일 16시 54분


국세청장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올해 1월19일 물러났습니다. 그때부터 허병익 차장이 국세청장 직무대행을 맡아왔으니 청장 부재(不在) 상태가 벌써 넉 달이 넘었습니다. 1966년 국세청이 발족한 뒤 이렇게 장기간 청장이 공석이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국세청은 세무행정을 책임지는 중요한 정부기관입니다. 직원도 약 2만 명에 이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주요 신문에서 공무원 인사이동 내용은 서기관 이상을 게재합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사무관까지 소개합니다. 국세청 인사는 기업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국세청 장은 형식상 직제로는 차관급이지만 실제 영향력은 웬만한 장관을 능가합니다.

지금까지 국세청장은 모두 16명이 거쳐갔습니다. 추경석 전 청장은 8대에 이어 9대 청장으로 연임했기 때문에 한상률 청장이 17대 청장이었습니다. 초대 이낙선 청장은 5·16 주도세력의 실세였습니다. 4대 김수학 청장과 추경석 청장은 지금도 긍정적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10여년간은 '국세청장 수난시대'였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청장을 지낸 7명 가운데 안정남 손영래 이주성 전군표 한상률 청장 등 5명이 재임 중, 또는 퇴임 후 불미스런 일에 휘말렸습니다.

차기 국세청장에는 허병익 차장의 내부 승진이 일단 유력해보입니다. 4개월간의 직무대행 체제를 무난하게 이끌어왔고 한상률 청장 중도퇴진과 국세청장 장기 공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조직 분위기 정상화에도 강점이 있습니다. 강원도 강릉 출신이어서 한국의 고위직 인사에서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지역 문제에서도 유리합니다. 다만 대통령이 졸업한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과 작년 12월 차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 약간의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국세청장이 지니는 무게를 감안할 때 공백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박연차 게이트'에서 국세청의 역할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신임 국세청장 인선을 서두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