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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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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장에 물타기 하다가… 지분늘려 경영참여 위해…
1억원대 社主도 가능… 머니게임 양상 추격매수 위험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개미)가 최대주주에 오르는 기업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른바 ‘큰손’ 개미의 등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과도한 주가 하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주가 하락을 견디다 못한 개미들이 경영진에게 “경영 똑바로 하라”고 경고하기 위해 지분을 늘리거나,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투자 수익을 겨냥해 투자를 늘린다는 것이다.
○ ‘주가 하락’ 보다 못해 경영 참여 선언
13일 코스닥지수는 395.69로 최고점이던 2000년 3월 10일(2,834.40)에 비해 86% 떨어졌고 상승장이었던 2007년의 고점(828.22)보다는 52%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미디어코프에 투자해 온 개인투자자 임한택 씨는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지분을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에 오른 뒤 경영권 참여를 선언했다.
임 씨 측의 지분은 6.50%로 기존 최대주주인 최영재 대표이사와 관계인(6.32%)보다 0.18%포인트 높다.
건축자재업에 종사하는 임 씨는 “미디어코프는 지난해 10월 그동안 보유했던 JYP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매각한다고 공시한 뒤 한 달 만에 주가가 7000원 대에서 890원까지 떨어졌다”며 “최근 회사가 진행하려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코프의 현재 주가는 610원.
최대주주까지는 못 되더라도, 소액주주 간 지분을 모아 조합을 형성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IC코퍼레이션은 지난달 7일 소액주주가 모여 만든 소액주주조합이 지분 5.001%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주주들은 대표로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손재호 회계사를 선임했다. 손 회계사는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데 소액주주들은 경영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주주총회 이전에 소액주주 위임장을 모아 회사가 추진하려는 감자(減資)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소액으로도 경영권 교체 가능
주가가 폭락하다 보니 기존 대주주 지분이 약한 일부 코스닥 기업은 1억 원 내외의 금액으로도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도움은 지난달 28일 최대주주가 ㈜로이언스에서 이각표 씨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이 씨의 지분은 3.65%(48만 주)로 현 주가수준(235원)을 감안하면 약 1억1000만 원으로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는 셈이다.
최대주주가 바뀐 종목은 M&A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소형주의 최대주주 변경은 ‘머니게임’의 하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일반투자자가 수익을 기대하고 뒤따라 투자하기엔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던 코스닥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해 소유권이 사채업자에게 넘어가는 사례도 있다.
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최대주주가 검증된 유명인사가 아닌 이상 최대주주보다는 기업의 실적이 더 중요하다”며 “일반투자자들은 재무제표상의 실적 등 기업의 가치에 주목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