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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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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으로 의구심 해소-내부결속 효과
실패땐 ‘비공개 진행’보다 타격 더 클듯
“우리는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 계열사의 성장에 ‘이용’하기보다 핵심 계열사로 육성할 것입니다.”
한화그룹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은 14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수에 성공하면 대우조선에 원부자재를 납품해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대우조선을 최대한 성장시킬 전략을 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올해 4월 김승연(사진) 회장이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대우조선 인수에 나서겠다고 공개 표명한 이후 두 번째다. 특히 이번에는 구체적인 인수 전략과 함께 육성 방안까지 공개했다.
금 실장은 “만약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면 현재 8조2000억 원인 대우조선의 매출액 규모를 2012년 20조 원, 2017년 35조 원으로 키울 것”이라며 “한화그룹은 주된 매출액을 현재 금융에서 올리고 있지만 2017년엔 대우조선이 포함된 제조업에서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시설 투자 △그룹의 금융부문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강화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주 강화 등 구체적인 대우조선 육성 방안도 밝혔다.
금 실장은 또 “그룹 오너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김승연 회장이 대우조선 인수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한화는 인수합병(M&A)한 회사를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키운 사례가 여럿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화는 1982년 부실에 허덕이던 다우케미컬과 한양화학을 인수해 한화석유화학으로, 1985년 정아그룹을 인수해 한화리조트로 성장시켰다. 또 2002년에는 누적결손이 2조 원을 웃돌던 대한생명을 인수해 최근 보험업계 2위로 회생시킨 경험이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화가 M&A를 통해 인수한 기업들은 그룹 전체 매출액의 약 75%를 차지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화의 한 임원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할 만큼 대우조선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업이기 때문에 M&A 후 대우조선을 어떻게 성장시킬지도 중요한 문제”라며 “포스코나 두산 등 인수 경쟁사들은 대우조선을 육성 대상으로 보기보다 자사(自社)의 철강이나 엔진을 판매하는 수요처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 의사 및 전략을 구체적이고 공격적으로 밝힌 것에 대해 ‘M&A 전술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계 컨설팅업체인 타워스페린의 박귀현 부사장은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히면 대외적으론 의구심을 해소하고, 내부적으로는 사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 단결시키는 장점이 있다”며 “반면 인수에 실패하면 모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비공개로 진행할 때보다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속초=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