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동료들 사이도 연봉 3∼4배 차이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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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맨 연봉의 세계

대부분 1년단위 계약… 영업사원 성과급 상한 없어

보험회사 사무직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자리를 옮긴 A 씨. 그는 보험업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이직 후 연봉이 60% 정도 뛰었다.

A 씨는 “애널리스트는 능력에 따라 연봉이 오른다”며 “애널리스트 사회에서 연봉은 곧 실력을 뜻하기 때문에 서로의 연봉을 묻는 것은 금기(禁忌)”라고 말했다.

증권사에서 기업 및 시황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와 고객에게 주식종목을 추천하는 ‘영업사원’은 대표적인 고(高)소득 직군. 올해 증권사 신설이 이어지면서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으로 이들의 연봉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국내 수위의 증권사 7곳의 연봉을 조사해 본 결과 같은 회사 안에서도 실력에 따라 3∼4배의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가 적지 않았고 영업사원은 실적에 따른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

○ 근무연차 따른 기본급 상향 없어

증권사들은 대부분 애널리스트들이 속한 리서치센터의 1년 예산을 정한 뒤 이 예산 내에서 애널리스트들의 개인 실력에 따라 연봉을 계약한다. 최근에는 특히 애널리스트들의 연봉 가운데 기본급 비중을 낮추면서 성과급의 비중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게 대세다.

하나대투증권은 근무연차가 오르면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기본급이 아예 없다. 따라서 연봉은 철저히 개인의 성과에 따라 정해진다. 이 때문에 근무연차가 같은 애널리스트라도 연봉이 3∼4배 차이가 난다.

하나대투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보고서 발간 횟수, 기관투자가 대상 프레젠테이션 횟수 등을 반영해 애널리스트의 연봉을 정한다”며 “이 과정에서 의견 차가 생기면 서너 번씩 협상을 벌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애널리스트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도입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어떤 자료를 썼고, 기관투자가에게 전화를 몇 번 했고, 해외출장을 몇 번 갔는지 등의 구체적인 자료를 프로그램에 입력해야 한다.

이 회사의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펀드매니저 등 주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애널리스트를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벌여 연봉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이 정해진 예산 안에서 ‘나눠 갖기 식’으로 결정되는 것과 달리 영업사원들은 실력에 따라 제한 없이 연봉이 늘어난다.

대우증권은 영업사원이 벌어들인 주식매매수수료 대금이 기본급의 4∼5배 이상이면 초과분의 일부(15∼4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성과급에 상한선이 없는 만큼 고객 자금을 많이 유치할수록 연봉은 가파르게 오른다.

○ 연봉 늘수록 스트레스도 커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영업사원들은 같은 금융업계 안에서도 높은 연봉을 받는 편이지만 그만큼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다고 당사자들은 설명한다.

지점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본사 사무직으로 옮긴 대리급 직원 B 씨는 “직군을 옮기면서 연봉이 40% 줄었지만 고객 관리와 실적에 대한 부담이 훨씬 덜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의 연봉이 ‘스타급’을 중심으로 언론에 노출돼 실제보다 상당히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증권사에서 10여 년간 일해 온 한 영업사원은 “증시가 활황일 때 실적 상위 10위 안에 드는 영업사원의 연봉이 10억 원 정도”라며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영업사원은 전체 증권가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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