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마케팅의 ‘오버’

  • 입력 2008년 6월 2일 02시 57분


“이 아파트에 입주하면 아이들이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최근 충남 아산시에서 분양하는 A 건설사의 한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은 대형 TV에서 나오는 풍수지리 전문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A 건설사가 재력가들의 집을 골라준다는 유명 풍수지리 전문가에게 수천만 원의 돈을 주고 찍은 동영상이다.

한 방문객은 “풍수지리가에게 준 돈까지 분양가격에 포함시킬 것 아니냐”며 “차라리 분양가를 조금이라도 낮추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아파트가 13만 채를 넘어서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도한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 일부 회사의 마케팅은 단순한 홍보차원을 넘어 사실상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지난해 경기 서북부에 대규모 단지를 분양한 B 건설사는 ‘영어마을 조성’ ‘명품단지’ 등을 강조하는 방법으로는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아예 “인근에 대규모 개발계획이 잡혀 있다”는 루머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현재 “분양하는 아파트 주변으로 대형 신도시를 조성하는 계획이 지방자치단체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주변에 대형 신도시가 조성된다면 부동산 시장의 큰 뉴스”라며 “하지만 신도시 지정은 지자체가 아닌 국토해양부의 소관인 데다 현 정부는 신도시 개발보다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에서는 미분양 아파트를 소개받은 사람이 계약을 하면 소개한 사람에게 채당 200만∼1000만 원의 소개료를 주는 시행사도 있다. 준공 후까지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 악성 미분양은 아예 분양가를 내리기도 한다. 이 경우 제값을 치른 입주자를 달래기 위해 가구당 수천만 원의 백화점 상품권을 돌리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것은 처음 분양가 자체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반면에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마케팅 전략도 등장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는 지난달 말부터 CJ홈쇼핑을 통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미분양 아파트를 소개하는 방송을 내보내는 중이다. 부동산써브 정태희 연구원은 “아파트 건설현장이나 모델하우스를 일일이 가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건설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미분양으로 수천억 원의 자금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 분양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더라도 물건을 빨리 팔기 위해서는 무리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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