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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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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리인하 압박말라”
정운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정부가 한국은행에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정책을 펼칠 것을 압박하는 징후가 발견된다”고 우려하고 “중앙은행은 정부는 물론 시장으로부터도 독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주최의 ‘물가와 금융안정’ 정책 세미나 기조 연설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융 불안과 범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 최근의 금융환경의 변화가 어느 때보다 중앙은행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 자신이 시장을 추종하여 단기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으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있어야 하고 단기성과를 중시하는 정부의 회유와 압력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조직개편으로 금융 감독기구를 견제하는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위원회 산하 조직으로 편입돼 별도의 감독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한은의 감독 권한을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율 및 물가와 관련해 박원암 홍익대 교수는 “원화의 ‘나 홀로 약세’는 환율과 물가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통화당국은 인플레, 산출량 갭 및 환율 변화를 모두 고려하는 ‘유연한 통화정책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는 수출을 위한 환율 상승을, 한은은 물가를 고려한 환율 안정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한편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해 중앙은행의 역할과 통화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견해도 나왔다.
하성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05년 하반기 이후 몇 차례 금리를 인상했지만 전체 유동성은 축소되기보다 확대됐다”며 “현 상태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성적인 과잉유동성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한은이 본연의 임무인 유동성 관리에만 전념하고 외환시장 안정화에 드는 비용과 외환보유액 관리를 정부 책임하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정호 S&R 경제경영연구원장은 “금리 이외의 유동성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의 역할은 더는 설 땅이 없다”며 “과잉 유동성 조절을 위한 금융감독 당국과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자산 가격 거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물가목표와 정책금리 수준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