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주식거래로 5643억 차익… 양도세 1128억 안 내”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21분


특검에 쏠린 눈 삼성 특검팀 조준웅 특별검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비자금과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 내용을 설명한 뒤에는 기자들과 3시간 넘게 일문일답을 했다. 신원건  기자
특검에 쏠린 눈 삼성 특검팀 조준웅 특별검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비자금과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 내용을 설명한 뒤에는 기자들과 3시간 넘게 일문일답을 했다. 신원건 기자
■ 특검이 밝힌 불구속기소 10명 혐의 내용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 수사팀은 17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횡령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 회장이 주식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1128억 원을 포탈했다고 밝혔다. 회사 돈 횡령이라는 고전적 의미의 비자금 수사에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삼성이라는 국내 최대의 기업을 상대로 조세포탈 혐의를 밝혀낸 것만 해도 결코 작지 않은 성과라는 평가다.》

특검팀은 차명계좌 주식 모두가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유산이라는 삼성 측의 반박 논리를 뒤집는 ‘역발상’으로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다.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이에 대해 삼성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탈세 목적이나 의도로 차명계좌를 운용해 온 것이 아니며 양도세 포탈 규모가 1000억 원이 넘은 것은 차명주식의 대부분인 삼성전자 주식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조목조목 해명했다.

▽양도세 1128억 원 포탈 혐의=특검팀이 이번 수사에서 차명계좌로 확정한 계좌는 1199개다.

이 가운데 주식 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계좌는 모두 258명 명의로 된 341개다. 차명계좌 1199개 가운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의 공소시효(7년) 안에서 한 번 이상 거래가 있는 계좌들이 341개라는 뜻이다.

이 계좌들은 삼성전자 등 7개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에 투자한 증권계좌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이 계좌들의 거래를 통해 5643억여 원의 차익을 얻었고 그에 따라 1128억여 원의 세금을 포탈했다고 밝혔다.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은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한 혐의로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됐다.

▽이 회장 에버랜드 사건 기소=2000년 6월 전국 법과대학 교수들이 에버랜드 사건으로 이 회장 등 33명을 고발한 뒤 7년 10개월 만에 이 회장에 대한 기소가 이뤄졌다.

이 회장은 특검팀 조사에서 “내가 지시한 것은 없다”고 지시 및 주도 의혹을 부인했지만 특검팀은 이 회장을 기소하는 쪽으로 판단했다. 전환사채 발행 및 배정 과정이 그룹 회장의 승인과 그룹 비서실 재무팀의 조직적인 개입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검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에 불법적인 제3자 배정방식이 사용됐고 △전환사채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발행됐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이 회장 등을 기소했다.

특검팀이 이 과정을 주도했다고 판단한 김인주 사장,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과 이 내용을 보고받은 이학수 부회장, 비서실장이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도 이 회장과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삼성SDS 사건도 경영권 불법 승계=특검팀이 이 회장을 삼성SDS 사건의 배임 혐의로 기소한 것은 ‘발상의 전환’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SDS 사건은 1999년 11월 17일 이후 두 차례나 검찰에 고소되었으나 무혐의 처분이 나왔고 헌법소원 청구도 기각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SDS 사건 역시 에버랜드 사건과 비슷한 얼개다. 이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싼값에 발행하고 이를 이 전무 등에게 인수하게 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인주 사장과 관재파트 담당자였던 고 박재중 전무가 당시 비상장 법인인 삼성SDS의 재무상태와 향후 전망을 분석한 것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이 전무 등이 사채를 인수하면 시세 차익이나 상장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의도적으로 싼값에 발행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학수 부회장과 김홍기 전 삼성SDS 대표, 박주원 전 경영지원실장도 공모한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특검팀 결정으로 이전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화재 ‘유일한’ 비자금=특검팀은 비자금 조성에 대한 책임을 물어 황태선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김승언 전무는 증거인멸과 특검법상 직무수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황 사장은 1999년부터 2002년 사이 미지급 보험금을 지점에 내려준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하게 하고 실제로는 차명계좌를 이용해 9억82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신원건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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