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현진]‘How’에 주목하라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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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메가트렌드’의 저자 존 나이스빗이 방한해 강연하면서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던졌다. 그는 “미래는 과거나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미래를 지금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는 것은 미래와의 단절을 뜻한다”고 했다. 또 “우리가 추구하는 무엇은 별로 변한 바가 없고 어떻게 도달하느냐는 방법이 변화해 온 것”이라고 했다.

개발독재 시대를 거쳐 민주정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정책목표나 개인이 추구했던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잘살아 보세’에서 출발해서 ‘삶의 질’ 그리고 요즘의 장수, 참살이 열풍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혁신도 지금 하는 일을 어떻게 전과 다르게 바꾸느냐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느냐’에서 최근 40년간 가장 핵심적인 화두는 정보기술(IT)이다. 정보화시대 이전의 산업생산시대에 우리는 ‘무엇’에 집중했다. 없는 게 많다 보니 만들고 공급하고 모으는 일에 집중했다. 공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어떻게’의 문제가 등장한다. ‘계속 세계 최고’가 아닌 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일등 혹은 근처’가 변함없는 ‘무엇’이 됐고 그 ‘어떻게 해서’를 해결하려고 IT가 등장했다.

IT도 초기에는 전에 없던 ‘무엇’, 즉 기술이나 솔루션에 집중했다. IT 자체가 무엇이던 시기가 지나고, 이제 IT를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어떻게’의 대표주자가 됐다. 어떻게 지금 하는 일, 혹은 삶을 향상시키고 발전시키느냐에서 전과 다른 행동이나 생각을 좇다 보니 ‘혁신’이 등장하고 그 도구로써 IT가 쓰이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IT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도 등장했다. 잘 안 된다는 얘기다. 왜일까? 변화가 쉽지 않아서다. 등 따뜻하고 배부른데 전보다 더 빨리, 더 열심히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IT를 도입한다. 그리고는 그게 다 해 줄 거라 믿고 내버려 둔다. 빨리 가겠다고 좋은 차를 사고서는 이제 쉬었다 가자거나 혹은 누가 운전하느냐, 같이 타고 가느냐, 두 번에 나눠 가느냐로 싸우느라 세워 놓은 꼴이다.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좋은 차를 외양간에 모셔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IT 강국 코리아의 미래는 밝다. 과거에 비해 상당히 많은 요소기술이 있고 대표기업이 있다. 막대한 국가적 역량을 투입한 인프라스트럭처도 있다. 더 희망적인 사실은 이런 인프라스트럭처 위에서 교육받은, 지구촌 어디에서라도 의사소통하는 것을 생활화한 세대가 산업의 중심 인력으로 이동 중이라는 점이다. 전통산업과 문화가 IT를 통한 ‘어떻게’를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다.

지금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너도나도 지적하고 불평한다. 그리고 내가 해결하겠다고 서로 나선다. 교육제도는 우수한 지식인력 육성이 목적인데 ‘어떻게’가 아니고 ‘누가 하느냐’로 더 다투는 느낌이다. 통신과 방송 융합도 가능한 기술과 환경을 어디서 관리하느냐로 말이 많다.

IT가 만들어 내는 미래상을 그린 영화가 많은데 대부분 현란한 미래생활을 누군가가 독점하거나 왜곡하려 하다가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정의로운 인간성이나 휴머니즘이 이기고 밝은 미래를 가져온다. 우리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무엇’은 같은데 ‘어떻게’ 잘하느냐가 뒷전으로 밀릴 때 가져다주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나이스빗이 다시 마무리한다.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고 기회를 포착하라.’ 어렵게 만든 지금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우리에게 약속하는 미래의 기회와 가능성을 위해 ‘어떻게’의 방법 찾기에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고현진 LG CNS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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