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시대,글로벌 법률산업 ‘빅뱅’]브래드 스미스 MS CLO

  • 입력 2007년 4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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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사의 법률 문제를 총괄하는 CLO인 브래드 스미스 선임부사장이 1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법률환경의 변화에 대한 전망 등을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법률 문제를 총괄하는 CLO인 브래드 스미스 선임부사장이 1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법률환경의 변화에 대한 전망 등을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마이크로소프트 선임부사장 겸 최고법무책임자(CLO·Chief Legal Officer)는 정보통신(IT)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다국적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법률 및 산업, 사회공헌 업무와 미국 내 대정부 관계 업무를 총괄한다. 세계 40여개 국에 흩어져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법무조직의 수장이다.

본보는 한 달여에 걸친 섭외 끝에 한국을 방문 중이던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1분1초가 아까운 듯 1시간 반 동안의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그의 말은 점점 빨라졌다. 한국에 머무는 40여 시간 동안 20여 건의 일정을 소화한 것에 비춰보면 이번 인터뷰는 긴 시간을 할애한 일정 중의 하나였다. 그는 8일 저녁 한국에 도착했고 10일 오후 인터뷰를 마친 뒤 다음 행선지인 일본으로 떠났다.

-경제와 시장의 통합인 자유무역협정(FTA)은 근본적으로 세계의 법과 제도가 통합을 이뤄가는 과정이라는 견해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우리는 법과 산업의 세계화 및 세계 각국 법의 조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FTA가 반드시 미국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 이유는 미국법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이 인용된(다른 나라 법의 기반이 된) 2, 3개의 법률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것들은 유럽에서 시작됐다.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다. 이들의 모델을 여러 나라들이 도입하면서 시작된 조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또는 유럽에 의해 이들 법이 응용되기도 했다. 유럽연합(EU)도 하나의 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도입했다. 따라서 한미FTA의 원리도 단순히 미국과 한국 법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법률은 특정 방향으로만 움직인다고 하기 어렵다. 적절히 법적으로 적용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FTA는 다른 나라의 법이 또 다른 나라의 법보다 우위를 점하는 게 아니라,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다."

-법과 제도의 세계화(globalization)는 한편으로는 법과 제도의 미국화라고 생각한다. 미국법의 어떤 점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하나.

"세계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정부는 권력을 분산시킨다. 사법부의 독립은 1700년대 프랑스에서 생겨났다. 미국은 이것을 처음으로 실행했고 이것은 미국의 발전에 주춧돌 역할을 했다. 이는 법과 제도의 미국화라는 생각을 불러오는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각 국의 정부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법이 안정적이고, 판사들은 독립되고 청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이것을 실행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미국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법률의 역할을 보면 법률 자체가 산업이 돼가고 있다. 법률의 산업화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지난 20년 간 기업 내 법무조직의 규모가 확대됐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지적재산권 영역, 정부 규제 산업 등과 관련해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를 우리는 봐야한다. 미국 기업, 특히 철도 기업의 경우 1800년대 후반부터 내부 법무조직이 있었다. 모든 주(州)들이 철도산업과 관련해 다른 법들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각각 다른 법을 추구하는 주 정부들을 동시에 상대하려면 내부에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법무조직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난 20년간 글로벌 기업들에서 본 법무조직의 확대도 위와 비슷한 것이다. 세계 여러 장소에서 빠르게 많은 일들, 많은 법들이 작용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선 많은 법률 전문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기업 내 법무조직은 변호사들과 비즈니스 결정자들 사이에서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가능케 한다. 특히 우리처럼 지적재산을 생산하는 회사에게는 특히 그렇다. 소프트웨어들은 법적으로 보호가 될 때만 가치가 있는데 이것이 매우 중요한 업무다. 따라서 우리 내부의 변호사들은 단순히 조언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경영 업무(특히 상품 보호 업무)를 하고 있다. 아주 전략적이다. 정부의 규제, 경영 전략, 보호, 정부 규칙을 지키는 업무 등에서 그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또 컴플라이언스를 지키는 차원에서도 (법무조직의) 변호사들이 하는 역할은 중요하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기업 활동에서 벌어질 수 있는 법률적 위험(Legal Risk) 요소를 사전에 억제하고 방지하는 활동. 위험요소를 조기에 포착하고 검토한 뒤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는 절차. 기업의 모든 업무에 준법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이를 통해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법적 위험을 인식해 억제하도록 함. 한국에서는 2000년 증권거래법 등 각종 금융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금융기관에 대해 내부통제와 준법감시 제도 실시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정착됨.)

-법률과 정책은 기술의 진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법은 기술의 진보를 위해 독특하게 몇 가지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법 없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법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환경을 조성해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약품, 음악 등의) 위조품을 막아준다. 기업들은 서로 특허를 허가해주기도 하는 데 이것도 법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크로스 라이선스(상호 기술인정) 등도 법에 의해 가능하고 변호사들이 집행한다. 정책은 차세대 기술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 기술 발전이 잘 이루어지는 나라들은 정책적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초 학문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풍부한 나라들이다. 다시 말해 정책은 대학 등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고 법이 연구실 밖으로 이 기술을 가지고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다."

-퀄컴과 노키아 진영이 세계 각국에서 벌이는 법률 분쟁은 그러나 누가 옳은지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강한지를 겨루는 것 같다. 소송이 상대방을 시장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전략이 되는 것 같다.

"특정 기업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일반적인 답변으로 생각해 달라. 기업간 법률 분쟁은 협상만으로 해결이 안 될 때 생기는 갈등이다. IT 산업의 경우 성숙한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분쟁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각국 정부가 종종 경쟁과 가격을 규제하기 위해 개입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시장과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기업의 자율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이 법원의 판결이고 정부가 개입하는 건 마지막 단계가 돼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개입은 더 많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IT업계의 각종 분쟁은 한편으로 특허권(patent)과 경쟁법(competiton law·한국의 공정거래법)간의 대립이라고 보는데.

"장기적으로 우리 산업은 특허를 비롯한 지적재산권 관련 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우리의 모든 개발 업무가 여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의 경우가 좋은 예다. 매우 값 싸게 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특허를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다행인 건 연구개발(R&D)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관련 법을 소중히 여기고 특허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는 경쟁법의 컴플라이언스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회사와 산업에 모두 긍정적이다. 그러나 경쟁법은 회사들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는 데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투자나 발명을 촉진시키는 데 경쟁법이 지적재산권법보다 더 도움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기술책임자(CTO)였던 네이선 마이볼드(Nathan Myhrvold) 씨는 특허괴물(patent troll·특허소송전문기업)로 의심받는 인텔렉츄얼 벤처스(IV·Intellectual Ventures)라는 회사를 설립해 IT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한다. 실상은 어떤가.

"IV가 하는 일은 특허에 대한 2차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 시장은 일종의 중고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특허에 대한 2차 시장이라는 게 중요하다. 많은 기업들은 특허에 대한 자세하고 다양한 정보를 받기 어렵다. 어떤 특허인지, 누가 이것을 만들었고, 어떻게 연락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알기 어렵다. 그들은 이런 어려움을 덜기 위해 이런 시장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대학, 개인, 작은 기업 등과 협의해 이런 특허를 사오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을 판다. 우리도 IV와 이런 계약을 맺고 있다. 이것은 세계적인 특허 시장을 안정시키고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효율적이고,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네이선 마이볼드 씨는 IV를 설립한 뒤 '발명자본(invention venture)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는 시간에 따라 발명 방법이 변화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방법이 나온다고 해서 예전 것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첫 번째 시대는 개인적인 차원이었다. 한 사람의 발명가가 진행하는 것(1700년대~1800년대 중반)이다. 1800년대 후반에는 새로운 방법의 발명이 나왔다. 에디슨이 했던 것처럼 연구진이 함께 일하며 발명하는 것이다. 그들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20세기 초에 기업의 시대가 왔다. 20세기 중반부터는 4번째 시대인데 이때는 대학이 중심이 됐다. 이때부터 미국도 주요 대학에 지원을 많이 했다. IV가 말하는 건 5번째 방법의 발명일 수 있다. 새로운 현상이지만 예전의 것이 완전히 사라졌다거나 그것만의 시대가 열리는 건 아니라고 본다. 대학, 기업 등의 발명 활동이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특허 침해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뉴욕의 로펌들은 다국적 기업들에 특허마이닝(patent mining)과 특허맵핑(patent mapping)을 대책으로 제안한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거대한 IT 산업의 생산기지에서 기술 혁신의 중심이 되고 있다. 삼성이 좋은 예다. 한국은 창조의 리더가 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IT분야에서 그렇다. 한국 기업들은 지적재산권 분야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이 굉장히 많은데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그러나 이것은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상호기술인정)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허마이닝이나 특허맵핑보다는 크로스 라이선스를 대안으로 쓰는 게 좋다. 이것은 더욱 많은 기업간 협동, 공동작업을 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하다."

(※특허마이닝: 기업이 보유한 전체 지적재산 중에서 특허로 등록할 수 있는 것들을 개발하는 것.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대응방법이자 효과적인 반격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특허맵핑: 특허 전쟁을 위한 일종의 작전 지도. 특정 특허와 관련한 업계의 등록 현황. 국내외 상황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것을 말한다.)

-FTA 체결에 따른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이 마이크로소프트 법무조직 운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고 싶다.

"지금은 FTA의 영향을 알기 어렵다. 한국은 다른 나라의 로펌들에게도 문을 열 것이다. 한국 로펌들이 미국 기업들과 공동으로 일을 할 수도 있고 또 한국 로펌들이 미국에 사무실을 열 수도 있게 된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본다. 우리는 현재 한국의 로펌들과도 일을 하는데 아주 만족스럽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예상한다. 한국 로펌들은 이미 경쟁력이 있고 충분히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5~10년 후에도 대부분 한국 로펌들과 한국에서 일하고 있을 것 같다. 물론 한국에 사무소를 연 다른 나라 로펌들과도 일할 수 있다."

-법률의 산업화는 기술의 진보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인터넷과 e메일은 법률업무의 속도를 높이고 영역 또한 무한대로 넓히고 있다. 한 마디로 기술의 진보는 법률의 영역도 평평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1986년 로펌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빠르게 서류를 보내거나 받는 건 페덱스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그 다음날 서류가 도착하고 다시 받는데도 시간이 또 걸렸다. 그 다음은 팩스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전달 속도는 빨라졌지만 받았는지 확인하고 추가적으로 다시 일을 하고 할 때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았다. 결국 둘 다 서류 영역에서 못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메일은 서류 작업을 변호사와 의뢰인이 공동으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것으로 속도가 빨라졌고 서로 이해도도 높아졌다. 더 많은 생각을 나누게 만들었다. FTA는 다른 나라 법이 또다른 나라 법보다 우위를 점하는 게 아니라 이처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서로의 이해 폭을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IT분야의 법률적 환경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기술은 항상 새로운 법률 이슈를 만들어내 왔다. IT 분야 소송이 생기면 이를 맡을 전문 판사를 만들어내고, 관련법과 전문가를 만들어낸다. 자동차가 그랬고 TV와 라디오도 그랬다. 급격한 변화에 법이 따라간다. 다만 두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첫째,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의 글로벌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법도 국경 없이 움직이게 된다. 또 글로벌 법률 환경이 진화하게 된다. 둘째, 기술이 융합(convergence)되고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분야, 특허분야, 콘텐츠에 바탕한 기술 분야, 소비자 문제 등 모든 분야가 다 결합된다. 그만큼 복잡해진다는 이야기이고, 대응이 점점 힘들어진다. 사실 이건 나름대로 멋진 시기(fascinating time)다. 변호사들에게도 정말 굉장한 시간이자 기회이다. 앞으로 10~20년 안에 엄청난 법률 환경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지금은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유별난 시기(unusual period)다. 앞으로 5년간은 엄청난 규모와 분량의 소송들을 보게 될 것이다. IT기술과 영업들이 분야별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바이아컴이 구글을 상대로 10억 달러 소송을 낸 것을 봐라. 한 회사는 콘텐츠 베이스 비즈니스인 반면 다른 한 회사는 검색과 광고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서로의 이해관계나 바탕이 다른데 사업영역이 융합되니까 분쟁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내 생각은 5년 안에 그런 분쟁들은 꼭지점(peak)을 찍을 것이다. 그런 혼란들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고 새로운 판례들이 생겨나게 되면 그 때부터 각 기업들은 그 기준에 따라 협상의 방법들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 때도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다른 문제들이 끊임없이 생길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IT 산업과 그 제반 환경이 얼마나 성숙하느냐의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례 없는 엄청난 규모의 소송을 많이 겪었는데, 다른 기업들에게 좋은 선례와 전형들을 만들어내는 선구자적 입장이 된 건 아닌가.

"어느 정도 동의한다. 우리는 전례 없는 많은 소송을 겪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투자에 있어서도 큰 베팅이었고, 리트머스 시험지 혹은 실험용 쥐(guinea pig)라고 할까. 하하. 하지만 결국 새로운 법과 판례들을 창출해 냈다.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에만 유니크하게 적용되는 것인 아니라 미국 내 다른 기업,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도 참고가 될 만한 것들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의 책 저작권 침해를 신랄하게 공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이버스쿼팅을 문제삼아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서 동시에 글로벌 소송을 진행할 방침을 천명했다. 요즘 법률적으로 공격적 스탠스 취하고 있는데….

"맞다. 특히 우리는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합법적인 기업활동에 위협이 된다. 또 작가 등의 저작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소비자 보호까지도 포함된다. 이건 공동으로 협력해야 할 문제다. 인터넷 시대에는 이런 것들이 보호된다는 믿음이 기본전제로 깔려야 한다."

-비즈니스에서의 법은 원래 본질적인 특성상 예방적이고 소극적인데 그처럼 공격적으로 바뀐 배경은 뭔가.

"1999년 우리는 불법복제를 문제 삼아 처음으로 소송을 냈다. 이것은 생산업체를 보호하는 것 외에 소비자까지 동시에 보호하는 이중의 의미가 있다. 거짓상품에 속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는 거니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다. 이후 2001년, 2002년 스팸메일이 급격히 증가했고, 바이러스도 늘었다. 이런 것들은 명백한 위협이었다. 이를 막기 위한 우리의 시도는 계속됐다. 기술이라는 도구와 법이 합쳐지면 앞으로는 더 성공적인 '요리법(recipe)'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점에서 사내변호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 뿐 아니라 이를 위한 효과적인 대응방안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으면 수 십 억 달러의 벌금을 매기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게다가 샌디에고 법원에서는 루슨트-알카텔의 MP3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사상 최대 규모 수준인 15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지 않았나. 지적재산권 보호를 외치면서도 한 쪽에서는 특허를 침해하는 것은 이중적으로 보이는데….

"법에는 항상 논쟁거리(controversy)와 불확정성(uncertainty)이 존재한다. 이를 다룰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좋은 일이고 환영한다. 지금 언급한 케이스들은 영역이 달라서 발생한 문제다.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지만. 다만 긍정적으로 볼 부분은 이 두 사례가 정부나 기관들이 지적재산권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한 쪽(샌디에고 법정)에서는 특허를 침해했다며 보호에 중점을 둔 반면, 다른 한 쪽(유럽)에서는 특허나 지적재산권을 완화해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전혀 다른 양극단의 이유로 우리는 동시에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법의 선명성(clarity)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두 가지 접근이 달랐던 거다. 흥미로운 문제제기다. 우리는 앞으로 서로 다른 양쪽을 모두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번복한 전력이 많은 최고의 승률을 자랑한다."

-당신은 미래에 가장 중요해질 법률이슈로 '디지털 프라이버시(digital privacy)'를 언급하고 있다. 왜 그런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논쟁들이 생겨날 것이다. 과거에 상대적으로 외면돼 왔지만 앞으로는 가장 중요해질 문제다. 앞으로 10~20년은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법무조직의 미래 역할 변화와 위상에 대해 얘기해달라.

"외부로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점들이 있다. 우리의 경우 IT 전략가들과 가장 가까이서 일하고 있다. 우리는 특정한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이에 참여하며 나설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장점도 있다. 6년 전 나는 회사 내 동료와 점심을 함께 먹으며 지적재산권 문제를 이야기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우리는 곧바로 이를 사내에서 회의 안건으로 올렸고, CEO에게도 이야기했다. 우리의 아이디어와 문제의식은 곧바로 회사 전략에 반영됐다. 나는 빌 게이츠 회장이나 스티브 발머 CEO에게 수시로 직보하고 출장도 함께 다닌다. 이런 사내변호사 문화는 현재 미국에서, 그리고 IT기업 등 특정분야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나는 사내변호사의 활동이 앞으로는 전 세계, 전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내변호사의 존재와 그 문화가 확산될 것이다. 아직은 이것이 이뤄지지 않은 나라들이 많지만, 이는 결국 각 나라와 기업의 잠재된 성장력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 자체가 글로벌 트렌드가 될 것이다."

-사내 법무실의 글로벌 네트워킹은 어떻게 돼있나.

"전 세계의 변호사들과 수시로 실시간 회의를 한다. 예를 들면 여기 옆에 앉아 있는 다이앤은 한 쪽에서 이 분야의 문제에 대해 이 나라의 MS 변호사들과 이야기하고 2시간 뒤에는 저 분야의 문제에 대해 저 나라의 MS 변호사들과 회의를 하고, 우리 회사 안에는 'senior leadership team'이라고 불리는 팀이 있는데 여기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사회공헌사업까지 법무팀이 맡는 것이 흥미롭다.

"꼭 우리 회사만 그런 건 아니고 미국의 다른 기업 몇 군데도 법무팀이 자산사업을 맡고 있다. 예를 들면 컴퓨터가 없는 가난한 나라에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를 무상 제공한다든지. 법무팀 내에도 여러 영역이 있으니까. 뭐 기업윤리 차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법적인 의무가 확장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것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자선사업과 연관이 있나.

"음, 꼭 그런 건 아니다. 사내 자선사업은 분명히 빌과 같이 시작했지만 현재 게이츠재단과는 상관이 없다. 빌은 어렸을 때부터 자선사업에 관심이 많고 남을 도와주는 가정적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그런 환경이 영향을 미쳐서 자선사업에 아주 관심이 많다. 벌써 20년째 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일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세형 기사 turtle@donga.com

○ 브래드 스미스 MS 선임부사장 겸 최고법률책임자

△미국 프린스턴대 최우수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졸업

△스위스 제네바 국제대학원에서 국제법과 경제학 전공

△미국 워싱턴의 최고 로펌인 코빙턴 앤드 벌링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

△MS 유럽지역 법무정책기획 총괄 △MS 글로벌 세일즈담당 법률고문

△현재 MS 법률, 산업, 사회공헌활동, 대정부관련업무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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