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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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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서 11일(현지 시간)부터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7차 협상이 14일 끝났다.
이번 협상에서 한미 양측은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쟁점과 양보할 수 없는 쟁점을 걸러 내고 상당수 분야에서 절충점을 찾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김종훈 한국 협상단 수석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측 간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적기 타결(3월 말)도 가능하다”면서 “다만 타결이 임박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웬디 커틀러 미국 협상단 수석대표도 “직면하고 있는 도전을 과소평가하지는 않지만 그동안의 협상 중 가장 성공적인 협상을 마쳤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전자상거래, 환경, 노동 분과의 경우 2, 3개 핵심 쟁점을 빼고 합의를 했으며 상품무역 분과도 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개방안(관세양허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그러나 무역구제(반덤핑 관련 조치 등)와 자동차, 의약품, 섬유 등 핵심 쟁점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양측은 8차 협상을 다음 달 8∼12일 한국에서 열기로 했으며 9차 협상부터는 ‘차수(差數)’를 매기지 않고 일부 분과만 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상을 하기로 했다.
비록 무역구제 등 핵심 쟁점을 타결하진 못했지만 이번 협상은 일단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혜민 한미 FTA 기획단장은 “양측은 쟁점별로 절충안을 모색하면서 분과회의에서 걸러 낸 쟁점들은 양국 협상단 대표급으로, 대표 간 조율하지 못한 내용은 더 윗선으로 넘기기 위한 작업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8차 협상에서 본격적인 ‘빅딜’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8차 협상에서 실질적인 결실을 본다면 4월 초 타결을 목표로 가서명을 하고 성과가 미진하면 9차 협상이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다만 양측의 양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협상 타결 시한인 4월 2일을 넘기면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경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종훈 대표 “사흘만에 바깥 공기 쐽니다”
“미국에 온 뒤 처음 밖으로 나왔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7차 협상의 첫날인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김종훈 한국 협상단 수석대표는 약간 쉰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브리핑을 시작했다.
협상 시작 이틀 전인 9일 미국에 도착해 협상장이 마련된 호텔에서 연쇄 회의를 했으니 무려 50여 시간 만에 바깥 공기를 쐰 셈. 그만큼 이번 협상에서 김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자신을 ‘검투사(gladiator)’로 표현한다.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직업외교관(외무고시 8회)이지만 주미 대사관 경제참사관, 지역통상국장 등을 지낸 ‘경제통’이다.
웬디 커틀러 미국 협상단 수석대표는 김 대표와 경력이 약간 다르다.
그는 1983년부터 상무부에서 일하다가 1988년부터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28년째 일하는 ‘통상 전문가’이다.
USTR에서 커틀러 대표의 부하직원은 5, 6명에 그치지만 70∼80명의 직원을 거느린 김 대표와 일대일로 협상한다. USTR가 대통령직속기구로 권한이 많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커틀러 대표는 최근 수전 슈워브 USTR 대표와 1주일에 2차례 정도 의회에 불려 가는 등 의회에 시달리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의회의 요구사항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양측은 지금쯤이면 협상이 마무리될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양국 대표는 꽤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도 쟁점 간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지만 희망은 있다.
서로 간에 버릴 수 있는 카드와 그렇지 못한 카드를 파악한 만큼 대표 간 의견 교환이 더 쉬워졌기 때문이다.
“바깥은 춥지만 협상장에는 봄기운이 찾아오고 있습니다.”(커틀러 대표)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습니다. 내일 할 수 있는 숙제면 오늘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김 대표)
워싱턴=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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