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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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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띄우려고 한 말이었는데 번지수가 틀린 듯했다.
최고참인 조사총괄팀 방순자(47) 사무관이 정색을 하고 입을 뗐다.
“빨라야 오전 1시에 자요. 분과별로 회의하고 보고서 쓰고…. 스키 탈 시간이 있나요.”
자동차조선팀 박정미(29) 사무관도 옆에서 거든다.
“산책을 하고 싶지만 반대 시위대도 부담스럽고….”
FTA 협상, 그중에서도 미국과의 협상은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담스럽다.
올해 6월 시작된 한미 FTA 협상 실무진에는 3명의 산업자원부 여성 사무관이 포함돼 있다.
방 씨와 박 씨, 섬유생활팀의 김민정(37) 사무관은 각각 무역구제, 자동차, 섬유 분과의 협상 실무를 맡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미 양국이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분과다.
김 씨가 맡고 있는 섬유 분과는 얻어내야 할 게 많은 분야다.
“10년 후에 한국의 섬유업계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보곤 해요. 섬유산업은 수출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한미 FTA는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한미 FTA를 국내 섬유업계의 활로를 트는 계기로 삼아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미국 측 협상단은 꿈쩍도 안 한단다.
반(反)덤핑 규제 등을 다루는 무역구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방 씨는 “어떤 때는 협상 테이블 위에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 같다”고 했다. 설명을 요구하면 “다자(多者) 협상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답변을 되풀이해서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이라서 협상에 유리한 점이 있느냐고 물었다.
“섬세하고 꼼꼼한 여자가 아무래도 유리하죠.”
박 씨의 답변에 이견은 없었다.
FTA 협상은 양국의 많은 규정과 품목 현황, 이해관계 등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여성의 섬세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FTA 협상은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협상에서 한국이 ‘갑’인 반면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을’의 위치여서 힘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어 낼 겁니다.” 맏언니 방 씨의 다짐이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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