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노조, '낙하산 인사' 반발 부분파업

  • 입력 2006년 8월 10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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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선물거래소 노동조합이 10일 상임감사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증권거래소 노조는 "1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 인물이 감사로 확정되면 전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해 주식거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노조는 "청와대가 지난달 여론의 반대로 낙하산 인사에 실패하고도 또 다시 문제의 김영환 회계사를 상임감사로 선임하려 한다"며 "이 같은 '재탕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10일 오후 2시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파업에는 조합원 350명 가운데 290명이 참가했다. 파업이 증시 폐장 1시간 전부터 이뤄진데다 노조의 지침에 따라 시장 운영을 위한 핵심인력 60명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아 큰 혼란 없이 장을 마쳤다.

그러나 11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김 씨가 상임감사로 확정되면 노조는 전 조합원이 참가하는 전면 파업을 벌일 계획이어서 큰 혼란이 우려된다. 이용국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면 장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14일은 상장기업의 2분기(4~6월) 실적 제출 마감일이어서 수백 개의 공시가 쏟아질 예정인데 파업이 계속되면 거래소는 기업 실적에 따라 관리종목과 퇴출종목을 지정하는 등의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어 정상적인 시장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파업이 이어질 경우 시장감시 기능도 사실상 사라져 작전과 주가조작 등이 횡행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전면 파업이 시작되면 주식거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거래소 측도 "간부급 인사와 외부 용역인력 등으로 시장을 운영해보겠지만 혼란이 커지면 휴장(休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상임감사 최종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10일 회의를 열고 밤늦게까지 김 씨를 포함한 3명의 후보에 대해 심사를 벌였다.

이에 앞서 거래소는 지난달 24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내정설이 나돈 김 씨를 상임감사 후보로 추천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를 연기한 바 있다.

386 운동권 출신인 김 씨는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정책실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여당의 젊은 국회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후보 추천 또 연기

증권선물거래소 노조가 10일 '낙하산 감사'에 반발, 부분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감사후보추천위원회가 감사 후보 추천을 또다시 연기했다.

감사후보추천위는 10일 밤 서울 시내 모처에서 회의를 열어 김영환(42·회계사)등 3명을 대상으로 심사작업을 벌였으나 최종 후보를 확정짓지 못했다.

이에 따라 김 씨의 감사 선임에 반발한 노조의 총파업 돌입도 유보돼 증시 마비 사태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권영준 후보추천위원장은 "격론 끝에 만장일치로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며 "적정수의 후보가 더 나올 수 있도록 결정을 미뤘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또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회의를 열어 감사 후보 추천을 마무리짓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달 24일에 이어 또다시 감사 후보 추천이 연기됨에 따라 노조 측이 청와대 낙점인사로 지목한 김 씨를 비롯한 기존 후보 3명이 다시 심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용국 증권선물거래소 노조위원장은 "후보 추천이 다시 한번 연기됨에 따라 일단 파업을 보류하고 11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면서 "두번이나 감사 후보 추천이 연기됐기 때문에 김영환 씨가 다시 선임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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