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로(言路)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을 뿐 아니라 마우스를 클릭해서 손쉽게 글을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인터넷 여론에 늘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신제품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전자·정보기술(IT) 업종은 특히 그렇습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새로 내놓은 초슬림 휴대전화 ‘스킨’에 대해 국내 일부 누리꾼이 “디자인 일부가 애플 제품과 유사하다”는 글을 올리자 제품을 회수하고 디자인을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LG전자 ‘초콜릿폰’도 얼마 전 영국 시장 출시 직후 영국의 한 모바일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충전기 불량이 알려져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사모(이동통신 사용자 모임)’ 등 15개 인터넷 동호회(회원 100만 명)가 속한 모바일소비자연합은 이번 주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합니다. 인터넷 여론을 형성하는 소비자들이 이제는 하나의 ‘세력’으로 똘똘 뭉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여론은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1, 2년간 제품 평가 또는 업계 소식을 전하는 소규모 인터넷 매체가 부쩍 늘었습니다. 이들은 대개 포털 사이트와 계약을 하고 있어 꽤 많은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입니다. 상당수 기업에서 이들 매체가 요구하는 각종 광고와 협찬 요청에 시달린다는 하소연이 나옵니다. 거부하면 거의 예외 없이 악의적인 글이 나온답니다.
끝까지 요구를 거부하는 기업도 있지만 최근 한 대기업은 수천만 원을 협찬하기도 했답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나쁘게 쓰자고 작정하면 ‘아’ 다르고 ‘어’ 다르지 않느냐”고 한숨을 내쉬더군요.
이런 인터넷 매체들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는 일부 포털 사이트는 콘텐츠의 ‘신뢰성 결함’ 문제가 커지면 계약을 해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특정 기업과 제품에 대해 객관성을 상실한 글은 이미 ‘여론’으로 둔갑한 뒤입니다.
요즘 ‘정보의 바다’는 소비자들의 냉철한 판단과 인터넷의 자정 능력에만 기대기에는 너무도 드넓어 보입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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