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동산 컨설팅의 세계]“사옥도 기업과 궁합 맞춰야죠”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코멘트
기업부동산컨설팅 전문회사인 BHP코리아 기업부동산자문팀의 국정훈 씨, 고은희 상무, 윤숙현 대리(왼쪽부터)가 한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 사옥으로 쓸 건물을 찾고 있다. 사진 제공 BHP코리아
기업부동산컨설팅 전문회사인 BHP코리아 기업부동산자문팀의 국정훈 씨, 고은희 상무, 윤숙현 대리(왼쪽부터)가 한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 사옥으로 쓸 건물을 찾고 있다. 사진 제공 BHP코리아
세계적인 화장품그룹인 에스티로더의 한국지사가 5월 사옥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역삼동으로 옮긴다. 2년 전만 해도 에스티로더 본사는 한국지사 사옥을 옮길 계획이 없었다. 아시아 지사 운영 예산안에도 사옥 이전 비용은 반영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2004년 4월 국내 부동산컨설팅회사가 에스티로더 한국지사를 찾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BHP코리아의 기업부동산자문팀이 회사 규모나 성장세에 비해 사옥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이전을 제안한 것.

컨설턴트들은 사옥의 업무 효율성과 주변 환경, 에스티로더의 국내 매출 규모, 경쟁 화장품업체의 시장 동향 등을 분석해 이전을 권했고 에스티로더는 이를 수용했다.

○“빈 사무실 찾아주는 게 아닙니다”

글로벌기업들은 사무실이나 사옥을 구할 때 기업부동산 컨설팅회사를 이용한다. 다른 나라에 지사를 낼 때도 마찬가지.

기업이 직접 부동산을 관리하는 것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기업 특성에 맞는 부동산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워너브러더스, 포르셰, 브리티시텔레콤, 마이크로소프트, AMD 등이 한국지사를 옮길 때 BHP코리아를 거쳤다.

포르셰는 사옥을 임차한 건물로 옮기려다 컨설팅 내용을 받아들여 본사 부회장이 방한해 사옥으로 쓸 건물을 매입했다. 컨설턴트가 새 건물의 자산가치, 회사 보유 자금, 한국 수입 자동차시장 현황 등을 파악해 사옥 매입을 추천했던 것.

기업부동산 컨설턴트는 이처럼 사옥의 자산가치, 기업의 자금 상태, 기업 성향, 경쟁사 동향, 기업의 성장 가능성 등을 따져 적합한 건물을 고른다.

○밤을 새우는 협상, 발품은 기본

고객기업에 적합한 건물을 찾으면 건물주를 설득해야 한다. 컨설턴트는 고객기업이 제시한 조건에 맞추기 위해 몇 달 동안 건물주와 협상하기도 한다.

포르셰 사옥을 구하기 위해 BHP코리아 기업부동산자문팀은 건물주 집 앞에서 3일 밤낮을 새웠다. 준공한 지 얼마 안 된 새 빌딩이라 건물주가 팔기를 꺼렸던 것.

AMD 사옥을 이전할 때는 이미 다른 회사와 계약을 마친 건물주를 설득해 AMD와 다시 계약하도록 했다.

사무실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주요 건물을 일일이 둘러보는 것은 컨설턴트의 기본 업무.

기업부동산자문팀 국정훈 씨는 “서울 강북지역을 조사할 때는 동호대교 북단에서 이화여대까지 걸으며 건물을 하나하나 파악했다”며 “이렇게 하면 머릿속에 서울 시내 주요 빌딩의 위치와 내부 구조 등이 저절로 입력된다”고 말했다.

○컨설팅회사 찾는 국내 기업도 늘어

국내에는 전문 컨설팅 대신 단순히 위치와 가격, 면적 등을 따져 빈 사무실을 구해주는 중개인이 많다.

기업들도 전체 자산 가운데 25% 이상이 부동산이지만 대부분 사내 총무팀이 이를 관리한다.

BHP코리아 고은희 상무는 “기업부동산 컨설팅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라며 “최근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 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대기업 몇 곳이 컨설팅을 의뢰해 왔다”고 말했다.

기업부동산자문팀 윤숙현 대리는 “건물 공사과정과 기간, 사무실 확장을 위한 자투리 공간 여부, 소화전 전화선 콘센트 개수, 출입문 위치까지 따지기 때문에 건물주들이 까다롭다고 기피했다”며 “요즘엔 그만큼 건물 품질을 인정받는다고 생각해 먼저 연락해 오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