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회장 “사상최대 수익내도 나는 반쪽은행장”

  • 입력 2005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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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 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자신을 ‘반쪽짜리’라고 표현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년마다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판매관리비용 목표 등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 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자신을 ‘반쪽짜리’라고 표현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년마다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판매관리비용 목표 등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황영기(53)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자신을 ‘반쪽짜리 은행장’이라고 표현했다.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없다는 자조적인 말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회현동1가 우리은행 본점 집무실에서 황 회장을 만났다.

○ ‘미운오리’서 ‘백조’로 화려한 부활 우리금융그룹은 적어도 수치로는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환골탈태했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들어간 만신창이에서 올해 3분기(7∼9월) 5573억 원, 1∼9월 누적 1조3841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화려하게 부활한 것.

9월까지의 누적 순이익은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1조2925억 원) 전체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황 회장은 실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공을 직원들에게 돌리는 데는 인색하지 않았다.

“업무 강도가 최소한 이전의 1.5배는 될 겁니다.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 집단 대출, 우량 중소기업 확보, 프라이빗뱅킹(PB) 고객 유치 등으로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현장에 가보면 마치 ‘삐끼(호객꾼)’를 보는 듯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든든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며 ‘반쪽짜리 은행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 반쪽짜리 은행장으로는 안 된다

“어느 조직이나 보스의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열심히 일하도록 독려하는 것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둘 중 하나를 제대로 못하니 반쪽짜리지요.”

그는 제대로 일을 해보고 싶은데 걸림돌이 많다는 얘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아쉽게도 이익의 상당 부분이 영업과는 무관한 비(非)경상이익, 경상이익 중에서도 은행 본연의 업무와는 관계없는 펀드 판매, 방카쉬랑스 업무에서 나와요. 은행 업무 수수료요? 원가에 못 미치는 수수료를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어떻게…. 미국 은행들은 매출의 50%가 일반 은행 업무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고객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따라 대출이자를 다양하게 적용하는 문제도 풀어보려는 과제다.

○ 중소기업 대출은 시장원리로

흔히 대기업은 은행 돈을 빌려 쓰지 않는 반면 중소기업은 은행 문턱이 높다고 불평한다. 위험에 따라 가격(대출이자)을 차별하면 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자를 더 내더라도 돈 빌려 쓰기를 원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출이자를 올려보세요. 정부나 언론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올해 자신을 포함한 임원들에 대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계획에 대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반대하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던 황 회장은 정부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에 대해 “돌아갈 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영국 뱅커스트러스트 등 외국계 금융회사 근무 경력을 빼면 삼성증권 사장, 삼성투신운용 사장, 삼성생명 전무, 삼성전자 상무 등 줄곧 ‘삼성 맨’으로 일했다.

그는 “2004년 3월 처음 취임할 때 목표가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를 1만7000원 선으로 올려 놓는 것이었다”며 “내년이나 돼야 가능할 줄 알았는데 증시가 살아나면서 시기가 빨라질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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