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더십경영]지구촌에 태극기를 휘날리며…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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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 신세계 이마트에는 해외 곳곳을 누비는 ‘상품 사냥꾼’들이 있다. 지난해 12월 팀장급 1명 등 5명으로 꾸려진 ‘해외 상품소싱팀(해외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팀)’이 주인공이다. 2003년부터 중국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한 이마트는 지난해 일본 미국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그리스 등 세계 12개국으로 구매 대상 국가를 늘렸다. 작년 한 해 동안 이들 국가에서 사들인 350억 원어치를 국내 매장에서 팔았다. 국내 유통업체가 해외원정 구매까지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싸고 좋은 상품을 파는 기업만 살아남는 냉혹한 유통업계의 ‘글로벌 생존법칙’ 때문이다.》

토종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단순한 시장 진출이 아니다.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핵심 인력과 기술력으로 중무장하고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글로벌 스탠더드가 기본

글로벌 리더십은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시작한다. 외환위기 이후 재무 회계 인사 등 경영의 각 분야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한 국내 기업들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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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구학서 사장은 올해 “2012년 세계 10대 종합소매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유통사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윤리를 실천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세계는 1990년대부터 외국계 할인점과 맞서며 터득한 유통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급 기술-제품으로 추격 따돌려

“아날로그 시대에는 후발업체가 선발업체를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2개월만 늦어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미국 시사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스피드와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리더십은 미래를 내다보는 정보력, 신속한 의사결정, 앞선 기술 투자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이 같은 노력이 삼성전자를 일본 제품을 베끼던 2류 회사에서 세계적인 전자업체로 탈바꿈시켰다.

1966년 국내 최초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현대건설은 중국 등 저임금을 무기로 한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기술력 배양에 주력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플랜트 공사 수주에 역점을 두고, 세계 수준의 건설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급변하는 철강산업의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제품 고급화를 전략과제로 선택했다. 포스코는 이달 초 2008년까지 자동차강판, 전기강판 등 8대 전략제품 비중을 80%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 현장 경영이 승부수

6월 최태원 회장 등 SK 이사진은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지에서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아시아 에너지·화학 산업의 중심지이며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최대 석유시장으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SK 글로벌 경영전략의 전초기지다.

SK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이사회를 열고 있다

LG전자는 북미지주회사, 중국지주회사에 이어 8월 유럽지역을 총괄하는 유럽지주회사를 출범시켜 글로벌 3대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본격적인 현장경영 체제를 가동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해외법인팀을 신설하고 인원도 기존 10명에서 40여 명으로 늘렸다.

LS그룹은 지난달 말 중국 장쑤(江蘇) 성 우시(無錫)에서 10만 평 규모의 LS산업단지 준공식을 갖고 ‘LS의 중국시대’를 선포했다. 주력기업인 LS전선과 LS산전을 중심으로 중국 내 영업망을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 CEO의 글로벌 리더십이 핵심역량

세계를 ‘항해할 수 있는’ 비전과 역량을 갖춘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기업의 주춧돌 역할을 한다.

고급 호텔 등 해외 공사 수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쌍용건설의 김석준 회장은 화교 경제인과 인맥이 두텁다는 것이 강점이다. 1980년 싱가포르의 고층 복합건물인 래플즈시티 공사를 따내면서 화교 경제인과 인연을 맺었다.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의 개인 홈페이지는 ‘글로벌 CEO 김쌍수’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그는 월평균 2차례 이상 북미 유럽 중국 등의 해외 사업장과 연구소를 방문한다. ‘한국의 미스터 오일’로 불리는 GS칼텍스의 허동수 회장은 국제적인 경영감각이 돋보이는 글로벌 리더로 꼽힌다.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가진 그의 식견과 오랜 현장 경험은 효율적인 사업 다각화와 대규모 시설 투자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도 세계 철강업계의 신망을 받고 있는 경영자. 이달 초 국제철강협회 연례총회에서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될 정도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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