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둔 7개社 노조 지분인수戰 참여 논란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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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로 소유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간 현대건설 쌍용건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 LG카드 하이닉스반도체 등 7개 기업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매각 예정인 자사(自社)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지분 매입 의사를 밝힌 적은 있지만 여러 기업의 노조가 연대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을 제값에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정부 및 채권단의 매각 작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7개 기업 노조위원장과 노조 간부들은 지난달 초부터 매주 한 차례 서울 중구 브릿지증권 본사에서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여기에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노조도 동참을 고려하고 있어 연대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들은 27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이들 회사는 정부 및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의 자금 지원으로 경영이 호전됐으며 정부와 채권단이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우건설 정창두(鄭昌斗) 노조위원장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인수 참여를 보장하라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모임을 갖고 있다”며 “정부와 채권단에 매각 조건으로 우리사주조합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명시할 것과 인수자금 출처를 철저히 조사해 투기자본 배제를 공동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기업의 우리사주조합이 인수를 추진하는 지분은 매각 대상 주식의 20% 안팎이다.

이들 노조는 인수자금으로 우선 직원들의 퇴직금을 이용하고, 부족하면 차입형 우리사주제도(ESOP)를 활용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계획이다.

노조가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매각 후 구조조정으로 고용이 불안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카드 황원섭(黃원燮) 노조위원장은 “ESOP는 직원들의 애사심을 고취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경영권을 획득하거나 간섭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의 이런 움직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정부와 채권단의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와 채권단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이 많으면 인수를 원하는 쪽에서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일괄 매각하지 않으면 공적자금 회수가 어렵거나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차입형 우리사주제도(ESOP):

우리사주조합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우리사주를 살 수 있도록 한 제도. 현재는 비상장기업에만 적용되지만 다음 달 증권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상장기업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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