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콤 인허가 관련 ‘황당한 통신정책’ 소비자만 골탕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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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허가 내주고, 한쪽에서는 영업정지 시키고….”

LG그룹 계열의 파워콤이 일반 가정을 상대로 한 초고속인터넷 영업을 시작한 지 40여 일 만에 중단됐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파워콤의 소매영업을 허가해 줬지만 정통부 산하 통신위원회는 법규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

이는 신규 사업 허가를 내줄 때 ‘영업정지’ 처벌을 받을 만큼의 중대한 결함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어서 정보통신 행정의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는다. 파워콤은 신문 방송 광고를 통해 9월 서비스 시작을 대대적으로 알려 왔기 때문에 애꿎은 소비자만 혼란을 겪게 됐다.

○정통부와 통신위의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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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콤은 과거 한국전력 자회사였다가 민영화 과정에서 2002년 말 데이콤에 인수됐다.

국내 최대의 망(網) 임대 사업체인 파워콤은 그동안 기업 영업만 하다가 정통부의 인가를 받아 9월 1일 소매시장에 진출했다. 전국 곳곳에 전봇대가 설치된 곳이면 파워콤의 망이 깔려 있어 KT의 전화망에 버금가는 잠재 경쟁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통부 산하 통신위는 9월 말 “파워콤이 모(母)회사인 데이콤과 망식별(AS) 번호를 함께 사용해 사업자 간 상호접속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며 독자적인 AS 번호 체계를 갖출 때까지 신규 영업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유선 통신사들은 KT와 파워콤의 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독자적인 AS 번호 체계가 있어야 나중에 접속료를 산정할 수 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

이에 따라 파워콤은 행정절차를 거쳐 10일부터 모든 신규 영업을 중단했다.

○정통부, 인허가 심사 제대로 했나

문제는 정통부가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신규 영업 중단’이라는 매우 강한 처벌이 나올 정도의 결격사유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

또 파워콤은 다른 통신사처럼 천재지변 등의 비상시를 대비해 통신망을 이중으로 설치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정통부의 심사가 매우 허술했음을 보여 준다. 특히 통신위가 영업 중단 조치를 발표한 시점이 파워콤이 영업을 시작한 지 26일밖에 안됐을 때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사업 허가를 내주면서 관련 법령을 충실히 준수해야 한다는 단서를 제시했으며 법적 의무를 지킬 책임은 파워콤에 있다”면서 “인허가 과정상의 문제점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파워콤이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서둘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원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류근찬(柳根粲·무소속) 의원은 최근 정통부 국정감사에서 “정통부의 사업허가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졌거나 정통부와 통신위가 ‘엇박자’ 행정을 했다는 증거”라고 질타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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