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에 쓰라는 ‘에너지특별회계’ 부처간 나눠먹기

  • 입력 2005년 10월 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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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및 자원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에너지, 자원사업 특별회계’가 부처별 ‘나눠 먹기식’으로 운용돼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원은 주로 석유 관련 부과금에 의존하면서도 정작 유전개발 사업에 지원된 금액은 최근 11년간 총지출의 7.2%에 불과했다. 석유전문가들은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일한 에너지 관련 예산인 이 특별회계가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에너지 특별회계는 주인 없는 돈?

본보가 1995년부터 올해까지 11년 동안 이 특별회계의 세입과 세출을 분석한 결과 총 23조2539억 원을 조성해 7.2%인 1조6837억 원을 국내외 유전 개발 사업에 지원했다.

반면 석탄 값 안정을 위해 연탄 및 석탄보조금 형태로 지출한 예산은 3조124억 원으로 13.0%였다. 유전개발 비용의 두 배 가까이를 연탄보조금에 사용한 셈.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유류보조사업 등 다른 부처 소관사업 비용으로도 전체 예산의 4.1%인 9452억 원을 썼다. 다른 부처 소관사업비로 지출되는 돈은 이 밖에도 노동부의 진폐증 환자 지원사업, 국가보훈처의 국가상이유공자 유류 지원사업, 해양수산부의 연안 선박 유류가격 보조사업 등.

정부는 2001년 유류세제를 개편하면서 장애인 등의 늘어난 유류세 부담을 이 특별회계에서 충당해 주고 있다.

특히 2001년 이후 유전개발 사업비가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에 머무른 반면 다른 부처 소관사업은 해마다 급증해 올해는 유전개발 지원보다 2%포인트가량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 김현진(金顯眞) 수석연구원은 “에너지 개발사업에 써야 할 예산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적부조 사업비로 쓰이는 것은 예산 설립 목적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 해외 유전개발이 고유가 대책

에너지 전문가들은 에너지 절약이나 대체에너지 개발도 중요하지만 비교적 단기간에 고유가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은 해외 유전개발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과 인도 등이 해외 유전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

정부는 내년 에너지 특별회계 예산을 올해보다 7.5% 늘어난 3조 원으로 책정하면서 유전개발 사업비를 3800억 원으로 올해보다 31.4% 늘리기는 했다.

그러나 이 정도 돈으로는 해외 프로젝트 1건을 수주하기도 힘들다는 게 석유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우진 연구위원은 “전체 세입의 약 70%를 석유수입판매금 등 석유 관련 부과금에 의존하면서 정작 유전개발에 쓰는 예산은 너무 적다”면서 “한정된 자원을 유전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정부가 에너지 수급 및 가격 안정과 에너지 및 자원 관련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995년 신설한 특별예산. 올해까지 연평균 예산은 약 2조5000억 원이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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