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영업사원서 상무된 대우자판 박노진씨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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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럽지만 성실과 정직 외에 달리 드릴 말씀이 없네요.”

대우자동차판매 박노진(朴魯鎭·50) 상무는 25년간 이룩한 ‘성과’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박 상무는 직함은 ‘상무’이지만 자동차를 팔러 다니는 대우자판 동대문지점의 ‘영업사원’이다. 매일 20여 명의 고객을 만나고 70∼80통의 전화를 한다.

그는 8월 1일자로 상무가 됐다. 대우자판에서 상무 직함을 단 첫 번째 판매직 사원이다. 판매직에서 관리직으로 옮겨 임원이 되는 일은 종종 있어도 현역 판매직 사원이 상무로 승진한 것은 다른 자동차업체를 통틀어도 처음이다.

“상무가 됐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어요. 차를 더 많이 팔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대우자판 판매직 직원 중에서 늘 ‘처음’이었다. 1995년 판매직 사원으로는 처음 부장이 됐고, 1999년엔 처음 이사가 됐다.

상고 출신인 박 상무는 1979년 새한자동차(현 GM대우) 경리부에 입사했지만 1년 만에 영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판매사원 월급이 저보다 몇 배 많은 것을 보고 무조건 영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내성적인 성격에 판매직 사원으로 변신하기는 쉽지 않았다. 전단지를 돌리러 상점에 들어갔다가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그냥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박 상무는 “부딪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며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을 곱씹으며 마음을 추스른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자판 판매사원들의 우상이다. 6500여 명의 고객을 관리하고 매달 10대가 넘는 차를 팔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다. 지금까지 3700여 대를 팔았다.

비결은 뭘까.

박 상무는 신문 경제면을 꼼꼼히 읽어 호황 업종과 불황 업종을 파악한다. 고객들과 식사를 하면서도 ‘누가 사업이 잘 된다’는 말을 들으면 그 자리에서 전화번호를 물어 본다. 수첩에는 그런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혀 있다.

하지만 그가 첫째로 꼽는 비결은 역시 성실.

“남보다 30분 먼저 출근해 신문을 읽고, 저녁에는 전화로 고객의 안부를 묻느라 30분 늦게 퇴근합니다.”

그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 반까지 일한다. 고객의 상가(喪家)는 반드시 찾는다.

자동차에 대한 공부에도 열심이다.

“요즘 고객들은 인터넷의 영향으로 차에 대해 무척 많이 알고 있거든요. 장점만을 강조하다가는 망신당할 수 있기 때문에 늘 새로운 정보를 찾아야 합니다.”

6500여 명의 고객을 관리하면서도 늘 새로운 고객을 찾아다닌다. 지금도 한 달에 300여 장의 명함을 돌린다.

“경력 있는 영업사원이 경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기존 고객만 관리하려는 태도입니다. 새 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매출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단골손님도 소중하지만 새로 만나는 고객도 중요합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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