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듣는 者… 피의者…찾는 者! 도청탐지 ‘3각 심리전’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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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는 지난달 28일 도청탐지업체인 코세스코리아에 의뢰해 본사 건물에 대한 도청탐지 작업을 벌였다. 코세스 직원들이 편집국장실에서 도청기가 설치돼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 안철민 기자
본사는 지난달 28일 도청탐지업체인 코세스코리아에 의뢰해 본사 건물에 대한 도청탐지 작업을 벌였다. 코세스 직원들이 편집국장실에서 도청기가 설치돼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 안철민 기자
“엇!”

도청탐지업체 코세스코리아 손성현 주임의 얼굴 표정이 변했다.

순간 방 안에는 긴장감이 돈다. 알고 보니 같이 작업하던 동료가 테스트를 위해 도청기를 켰던 것.

본사는 도청탐지업체 코세스코리아에 의뢰해 지난달 28일 밤 본사 임원실 편집국장실 회의실 등에서 도청장치 탐지작업을 벌였다. 도청탐지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보면서, 혹시 불법도청장치가 설치돼 있다면 이를 찾기 위해서였다.

도청탐지는 도청하는 사람과 도청당하는 사람, 도청탐지업체가 벌이는 심리게임에 가까웠다.

○ 때로는 의뢰인을 속인다

도청탐지의 전문가는 의뢰인 앞에서 얼굴 표정이 바뀌면 안 된다.

탐지 작업을 하다가 이상한 낌새가 있어도 의뢰인에게 바로 알리지 않는 게 그들의 원칙이라고 했다. 수사기관이 개입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봉현 코세스 사장은 “합법적인 감청 장비가 나오면 적법한 수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의뢰인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본사가 의뢰한 이번 도청탐지에서는 ‘이상한 것’이 나오면 반드시 알려주기로 약속했다.

작업이 끝나고 나서야 손 주임은 “회의실에서 이상한 신호가 잡혀서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옆에서 작업하던 이용훈 대리가 테스트를 위해 주머니 속의 도청기를 켰는데 이를 몰랐던 것.

전문가들은 장비를 보면 수사기관의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의 장비를 사용한 불법 도청도 있기 때문이다.

탐지 사실을 의뢰인에게 알릴 것인가, 말 것인가. 심리게임의 시작이다.

○ 의뢰인도 업체를 시험한다

이날 코세스 측은 모든 장비를 총동원했다.

50평 범위에서 미세한 신호까지 구별해내는 5000만 원 상당의 주파수 탐지기, 1000만 원짜리 소형 도청탐지기, 전화도청 전용 탐지장비와 구석구석을 눈으로 확인하는 반사경 등.

15평 넓이의 방은 10분이면 충분하지만 이날은 30분 이상 꼼꼼히 살폈다. 상당수의 의뢰인이 도청기를 일부러 숨겨 놓는다고 했다. 도청탐지업체의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의뢰인과 도청탐지 업체 사이의 심리게임 2차전이다.

○ 누구도 믿지 말라

이날 ‘다행히’ 도청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백 사장은 “탐지 작업을 제대로 하려면 내부에도 미리 알리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도청기는 90% 이상 내부자를 매수해 설치된다. 매수 대상도 직원, 청소용역업체, 심지어 비서와 회사 중역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도청탐지는 예고 없이 이뤄져야 성공 확률이 높다. 도청탐지를 의뢰할 때는 장기 계약을 맺고 1년에 몇 번 도청탐지를 한다는 횟수만 정한다. 실제 작업은 도청탐지 업체가 마음대로 아무 때나 들이닥쳐 벌인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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