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 저력이 아이디어로 꽃피었죠”

  • 입력 2005년 5월 23일 0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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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건 기자
신원건 기자
《기혼여성이 사업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그 길이 쉽게 열릴 수도 있다. 남편과 따로, 또 같이 아이디어로 성공한 여성 3명을 소개한다.》

○ 좋은날 대표 최승애 씨

좋은날 대표 최승애(51·사진) 씨가 5년 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한과가게를 낸 것은 남편(53)의 실직으로 생활전선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빚보증을 잘못 서 빚은 산더미 같았고 당시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의 교육비도 벌어야 했다. 원래 음식솜씨가 있었던 데다 궁중요리전문가 한복려 씨에게 한과를 배워두었던 것이 밑천이었다. 가게 임대료 500만 원이 없어 역시 빚을 내야 했다.

“쌀강정을 치자 녹차 석이버섯 오미자 등 천연재료로 색깔을 냈습니다. 맛과 향이 어우러져 크게 인기를 끌었지요. 고객이 주문을 하면 손으로 일일이 만들어 배송합니다. 그래야 신선하고 맛도 있고요.”

입소문으로 하루하루 단골이 늘어 직원 2명을 고용했고 올해 매출액 2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선물 안받기 운동이 일어나 수취 거절로 반품이 많이 들어왔지만 그 손해를 그대로 최 씨가 떠 안았다. 이같이 쌓은 고객과의 믿음은 단골 확보로 이어졌다.

제품 개발은 기본이다. 최 씨는 요즘 쌀강정 약과 깨강정 매작과 빙사과 등 5가지 한과 세트를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궁리를 하고 있다. 공항에서 외국인들이 동전을 털어 살 수 있는 상품을 말이다. 최씨의 남편도 다시 취직을 했고 빚도 거의 갚았다.

“남들이 포크레인으로 갚는 것을 저희는 숟가락으로 떠 갚았습니다. 저희가 갚을 때까지 오래 기다려준 분들에게 고맙지요. 우리 음식의 특징이 삭힘이잖아요. 그렇게 느림과 삭힘의 지혜로 한과가게를 알차게 꾸려가다 보면 좋은날이 오겠지요.”

○ 롤팩 대표 김금자 씨

사진제공 롤팩

㈜롤팩 대표 김금자(43·사진) 씨는 20년 전 비닐용기업체를 하는 남편(44)과 결혼하면서부터 동업을 시작했다.

기업인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고 젊었기 때문에 겁이 없었다. 19년 전 갓 태어난 딸아이(고등학교 3년)를 사과상자 안에 넣어놓고 일할 때 친정에서는 ‘불쌍하다’는 반응이었으나 김 씨는 마냥 재미있었다. 남편은 제품 개발에 매달렸고 김 씨는 경영을 맡았다.

“주부들이 대량으로 구입하는 음식재료들이 많지만 랩이나 지퍼백으로 보관하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이미 외국에서는 진공포장기가 사용되고 있었고요.”

가정용 진공포장기에 눈을 돌리자고 한 것은 김 씨의 아이디어였다. 진공포장용 필름(비닐봉지)을 끼우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내부의 공기가 빠져나가 진공 포장되는 가정용 진공포장기 ‘푸드가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진공포장기 분야에서 세계 특허를 가진 미국 틸리아사가 문제였다. 롤팩은 틸리아사의 제품이 ‘잘못 누르면 터지는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독특한 에어채널방식(진공이 쉽게 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공기가 빠져나가는 길)을 개발했다. 틸리아가 롤팩에 진공포장용 필름 공급을 요청한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110억 원, 올해는 22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김 씨는 “틸리아가 포장기도 공급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며 “현재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 코코허브 조정숙 씨

신원건 기자

코코허브 대표 조정숙(37·사진) 씨는 결혼하면서 시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 김 가공업체의 일을 거들었다. 남편(40)도 같은 곳에서 일했다.

맏며느리인 조 씨는 처음에는 경리를 맡았다가 나중에는 영업까지 했다. 김 선물세트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데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영업을 하다보니 자심감과 함께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3년 전이었다.

“어려서 한복바느질을 배웠습니다. 마스크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였죠.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마스크는 1960년대 그대로 ‘입 가리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새로운 방한 마스크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마스크에 기능을 넣을 수 있을까 궁리했다. 원단에 아로마 페파민트향 황토 참숯 바이오세라믹(음이온 방출)을 첨가했다. 환자들이 쓰는 것 같은 흰색에서 벗어나 분홍 노랑 소라 등 색깔을 다양화했다. 직사각형이 아니라 바이어스를 넣어 얼굴을 감싸도록 입체형으로 만들었다. 세탁 후에도 기능과 모양이 변하지 않게 했다. 1년6개월간 만들어 본 마스크는 1500개가 넘는다. 이렇게 해서 ‘코코 아로마 방한 마스크’가 탄생했다.

조 씨는 처음에 시장 개척을 위해 약국 도매상을 찾아다녔다. 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팬시업체에도 납품할 정도가 됐다. 편의점 할인점 슈퍼가 다음 목표다.

“2007년까지 국내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겁니다. 내 일이니까 더욱 재미있어요. 그래도 아이들과 남편이 도와주니 이렇게 나와 일할 수 있는 거지요.”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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