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USA' 현대차]美시장 놓고 일본車와 정면승부

  • 입력 2005년 5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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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과 밥 라일리 앨라배마 주지사(왼쪽), 바비 브라이트 몽고메리 시장이 20일(현지 시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준공기념 만찬장에서 축하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과 밥 라일리 앨라배마 주지사(왼쪽), 바비 브라이트 몽고메리 시장이 20일(현지 시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준공기념 만찬장에서 축하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20일(현지 시간) 준공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최대 승부수다. 이 공장이 성공하면 현대차는 숙원인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하지만 실패하면 현대차의 세계 전략은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 미국에서 한국차 만든다

현대차의 지난해 해외생산 비중은 14.5%. 도요타(41.0%) GM(57.7%)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앨라배마 공장 준공으로 해외생산 비중은 27%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기아차를 포함한 현대·기아차그룹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작년 말 현재 4.1%. GM(27.3%) 포드(18.3%) 크라이슬러(13.0%) 등 미국 ‘빅3’와 도요타(10.5%) 혼다(7.1%) 닛산(5.1%)에 이어 7위다.

캘리포니아 디자인연구소, 디트로이트 기술연구소에 이어 공장까지 세움으로써 1986년 엑셀을 수출하면서 미국시장에 진출한 지 19년 만에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현지화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 ‘메이드 인 USA’ 자동차를 양산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크다.

우선 환율변동에 따른 부담이 연간 2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달러당 원화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미국인이 생산한 ‘메이드 인 USA’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한국 차의 약진이 미국 자동차업계 부진의 한 원인이라는 미국 내의 부정적 여론도 일부 떨쳐 낼 수 있다.

김동진(金東晉) 현대차 부회장은 “자동차 수출 증가에 따른 무역마찰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일본 업체와 정면대결 선언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는 신형 쏘나타는 도요타의 캠리, 혼다의 어코드와 정면 승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년간의 품질 개선 노력으로 성능이 크게 좋아진 만큼 정면 승부가 가능하다는 것.

현대차는 150명의 품질요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지난해 말부터 앨라배마 공장에 파견해 품질을 점검해 왔다. 또 255대의 로봇을 투입해 용접공정을 자동화했다.

현대차는 캠리, 어코드와 현대차를 비교 시승하는 행사를 열어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직접 품질을 평가받는다는 계획이다.

○ 앨라배마 주의 전폭적인 지원

준공식에서 밥 라일리 앨라배마 주지사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성공과 발전을 위해 주정부와 시민 모두가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실제로 앨라배마 주는 현대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주헌법까지 바꿔 가며 공장 부지 210만 평을 무상 제공했다. 또 20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고 전용도로를 만들어 주는 등 2억5000만 달러(약 2500억 원)에 이르는 지원을 약속했다.

대신 현대차는 이 지역에서 2500여 명을 고용하고 현대모비스 등 동반 진출한 11개 부품업체 등에서 4000여 명을 추가로 고용하게 된다. 미국에 ‘현대타운’이 생기는 셈.

이날 제임스 포스터 미 국무부 한국과장까지 나서 “앨라배마 공장의 간접 고용효과는 2만 명에 이른다”며 “공장 가동으로 한미 양국 경제가 더 가까이 통합되고 있다”고 말했다.

몽고메리=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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