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터줏대감 ‘재건축 고민’

  • 입력 2005년 5월 11일 02시 58분


코멘트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건물을 허물고 그 터에 30층짜리 새 건물을 짓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2000억 원에 이르는 건축비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조건호(趙健鎬) 상근 부회장은 최근 사무국에 회관 신축을 위한 세부계획 마련을 지시했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부분적으로 뜯어고치는 게 아니라 새로 짓겠다는 것이다.

전경련 회관 건립은 현명관(玄明官) 전 부회장 때도 핵심 추진과제였지만 회원사들의 반응이 별로여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현재의 20층짜리 건물은 1979년 11월 16일 완공됐다. 박정희(朴正熙) 정부 시절인 1977년 10월 10일 준공식을 가진 뒤 2년 만에 3674평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20층짜리 건물을 세운 것.

부지는 1973년 10월 서울시로부터 평당 6만 원에 사들였다. 당시 전경련 회장은 고(故)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회장. 건축비는 삼성과 현대에서 각각 3억 원을 내놓고 LG(당시 럭키금성)에서 2억5000만 원을 협찬했다. 이렇게 회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놓아 마련된 돈이 모두 30억 원.

당시만 해도 여의도는 아스팔트가 깔려 있는 여의도 광장이 ‘대명사’로 통할 정도로 건물이 많지 않았다. 전경련 회관과 함께 KBS와 한국화재보험협회 빌딩이 같은 해에 세워졌다.

큰 빌딩이 없었던 때라 마포대교 건너편 강북에서 바라봐도 전경련 회관은 우뚝 솟아 있을 정도로 개발을 상징하는 ‘명물(名物)’이었다.

하지만 여의도에 새 건물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지금은 여의도에서 가장 초라한 건물로 남아 있다.

LG그룹의 트윈타워(쌍둥이 빌딩)와 굿모닝신한증권(옛 쌍용투자증권) 빌딩, 한화증권 빌딩과 KT 빌딩 등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에 비하면 외견상으로도 옹색해 보인다.

문제는 재원. 국성호(鞠成鎬) 전경련 상무는 “30층짜리 건물을 제대로 지으려면 2000억 원은 필요한데, 대기업들이 내놓으려고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주요 대기업의 반응은 일단 신통찮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SK 등 ‘빅4 그룹’은 최근 전경련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회의적이어서 재원조달이 여의치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거액을 내놓거나 앞장서서 추진한다면 몰라도 각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상황에서 건물 신축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