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조선업 막강 브랜드파워로 국제시장 장악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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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원-달러 환율이 떨어진다는 말이 들리면 조선업체들이 난리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소식이 들려도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환 위험에 대비한 데다 국제시장에서 그만큼 선박가격을 올리면 되니까요.” (곽두희·郭杜熙 대우조선해양 기업설명(IR) 담당 상무)

14일 달러당 원화 환율 종가는 1000.8원. 작년 9월의 1150원대에 비해 15% 가까이 떨어졌다.

대체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진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게 정해진 수순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수출의 대표기업들은 이런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증시 상황이 좋은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들 기업이 상당한 세계시장 점유율과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국제시장에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정한 가격이 세계 표준가격=환율 하락이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29일 30만 t급 대형 유조선(VLCC)의 국제가격은 1억500만 달러였다. 이때 환율은 달러당 1119.5원. 올해 2월 말 환율은 1006.5원으로 11.2% 떨어졌지만 VLCC 가격은 오히려 1억2000만 달러로 14.2% 올랐다.

한국이 세계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14만7000m³급 LNG선의 국제가격은 1억8500만 달러였으나 지난달 말에는 2억 달러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조선업종에서 한국의 경쟁국인 일본도 한국 기업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 조선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약 40%. 이 가운데 세계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높은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파워로 높은 가격 유지=삼성전자는 환율 하락 속에서도 올해 1분기(1∼3월)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 LG 동원 굿모닝신한증권 등이 전망하는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평균은 전 분기보다 57.2% 증가한 2조4000억 원. 환율 악재를 뛰어넘는 삼성전자 힘의 원천은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능력과 시장을 선도하는 지배력.

반도체 D램 현물가격(256M DDR 기준)이 지난달 15일 이후 한 달 만에 20% 이상 떨어졌지만 삼성전자는 업계의 1분기 평균 고정거래 가격(3.78달러)보다 개당 1달러 이상 높은 4.9달러에 팔고 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태진(李太辰) 애널리스트는 “양문형 냉장고 등 프리미엄 가전분야에서의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감안할 때 LG전자 가전부문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각각 6.3%, 3.3%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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