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자동차 ‘장수시대’…등록차 평균차령 6.3년

  • 입력 2005년 1월 17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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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중 2대는 10년 넘은 노후 차량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현재 등록차량(승용차 기준)의 평균 차령은 6.3년. 10년 전인 1994년의 3.1년보다 2배를 넘고 조사 시작 후 처음으로 6년을 넘어섰다.

특히 자동차 시장이 완전히 성숙된 일본(6.7년)이나 독일(6.7년), 영국(6.9년)과 비교해도 그리 낮은 편이 아니다.

차령이 높아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01년과 2002년에는 각각 전년보다 0.1년씩 늘었고, 2003년에는 0.3년 증가한 데 이어 작년에는 0.4년이 늘었다. 생산된 지 10년 이상 된 노후 차량도 급증하고 있다. 2000년에는 10년 이상 된 차량의 비중이 5%였지만 2002년에는 9.7%, 작년에는 17.3%로 뛰었다. 차량 10대 가운데 2대 가까이가 노후 차량인 셈이다.

차령 상승은 소비 성향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작성한 소비자의식 보고서에 따르면 신차 사용기간은 1998년 4.4년에서 2001년 5.4년, 2003년 5.7년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차를 한 번 사면 적어도 5.7년은 타겠다는 것이다.

○ 차령 왜 늘어나나

차령이 높아지는 직접적인 이유는 차의 내구성이 좋아졌기 때문. 하지만 내구성을 좋게 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우선 교통 체증으로 주행거리가 짧아졌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승용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1985년에 110.8km였지만 2002년에는 53.9km로 줄었다.

도로가 잘 닦인 것도 차량의 내구성을 높여주는 요인. 건설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1985년 도로 포장률은 49.9%에 불과했지만 2002년에는 76.7%에 이른다. 경기 부진으로 차가 덜 팔리고 있는 점도 차령 상승의 한 이유다. 작년 국내 자동차 판매량(수출 제외)은 109만여 대로 2003년 131만여 대보다 17% 줄었다. 내수 판매는 2002년 160여 만 대를 기록한 뒤 2년 연속 감소 추세다.

이 밖에 2000년 이후 발표된 신차가 예전보다 많지 않았고 고장 발생률이 줄어 소비자들이 차량 교체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점도 차령을 높이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구희철 과장은 “차를 너무 자주 바꾸는 것도 문제지만 차가 노후화하면 사고 가능성이 높고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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