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은 학자금은 '눈먼 돈'? …허술한 심사

  • 입력 2005년 1월 13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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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씨는 지난해 부모 몰래 학자금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냈다. 부모에게는 등록금 명목으로 300만 원을 또 받아내 개인 용도로 썼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 1학기 총 17만4800명이 4393억 원의 학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13일 밝혔다.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출받은 학자금은 눈 먼 돈=학자금 대출을 받으려면 학교의 추천, 서울보증이나 부모의 보증, 은행의 대출 심사를 거친다. 그러나 '이 학생이 정말 학자금 대출이 필요한지'에 대한 심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부터 추천하라고 권고하지만 대부분 대학은 선착순으로 대상자를 정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실수요자인지를 판단하려면 2개월 이상의 기간을 두고 학생들을 면담해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대출을 받으려면 보증이 필요하다. 부모 등 보호자를 보증인으로 세우기 어려운 경우에는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서를 받아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서울보증 보증서는 부모 동의가 없어도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 다른 용도로 쓰는 학생이 상당수"라며 "부모 동의를 의무화 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시중은행 강남지점의 한 대출 담당자는 "차를 몰고 와서 학자금 대출을 해달라는 학생도 봤다"며 "정작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은 부실 대출=조흥은행의 학자금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3.90%로 중소기업 대출의 2.49% 및 가계대출 1.68%보다 1.41∼2.22%포인트나 높다.

특히 부모 모르게 대출을 받은 학생들이 연체율도 높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

한 시중은행의 2003년 11월 말 학자금 대출 전체 연체율은 4.7%. 이 중 부모가 보증을 선 것의 연체율은 2.28%였는데 비해 서울보증을 통한 것은 8.06%에 달했다.

시중은행의 한 대출 직원은 "연체 이자 내라고 전화하면 '그깟 몇 만 원으로 귀찮게 구느냐'며 되려 큰소리치는 학생도 있다"며 "은행 수익성에도 문제지만 젊은 대학생들의 신용 의식이 이 정도로 낮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체 독촉을 피하려고 대출 서류에 연락처를 거짓으로 적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 3개월 이상 연체해도 은행에서 연락할 방법이 없어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은 부실도 많고 연체 관리가 힘들어 골치"라며 "공익성을 저버린다는 비난을 받을까봐 울며 겨자 먹기로 취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우리은행은 교육부 학자금 대출을 하지 않고 있으며 국민은행은 지난해 중단했다가 올해 다시 550억 원 한도로 시행하기로 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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